[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교통공사에서 운영하는 1~8호선 3개역 중 1개역은 순찰 중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힘든 '1인 순찰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서울교통공사가 인력 감축 기조로 운영하면서, 예산과 인력 등을 결정하는 서울시에게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역 사고 관련해 재발 방지와 안전확보 대책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지하철 역무원·보안관에게 사법권에 준하는 행정권을 부여하고 직원 충원과 인력 재배치 등을 요구했다.
특히 '2인1조 순찰'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고, 인력이 부족해 단독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현 구조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8호선 265개 역 중 2인역(역무원 2인이 근무하는 역사)은 73개역이다.
노조 측은 "2인 근무반으로 운영되면 한 역무원은 민원 등의 접수를 위해 역사를 지켜야 하므로 1인 순찰이 불가피하다"며 "순찰은 예기치 않은 위험과 안전을 고려해 2인1조를 원칙으로 해야 하지만 인력 운영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구조인데, 이 인력과 예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은 서울시"라고 주장했다.
20년 동안 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일했던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은 "사후대책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참담한 사회적 죽음을 끝낼 수 없다"며 "직장 내 안전대책과 젠더 폭력 대응체계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6일 "10년 이상 논의만 이어져 온 지하철 역무원과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역무원과 보안관에게 사법권이 생기면 현장에서 범죄 행위자를 직접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해당 법 제5조(검사장의 지명에 의한 사법경찰관리)에 따르면 사법경찰관 직무는 공무원이 수행하도록 명시됐기 때문이다. 공사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 시장 직권만으로 이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2011년부터 지하철 보안관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법경찰권 부여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 여러차례 건의했지만 입법은 번번이 무산됐다.
권영국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공사 직원에게 공무원 신분을 부여하는 게 전제가 돼야 그 다음에 사법경찰관의 권한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섣부르다"면서도 "지금까지 공사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인원을 감축하는 데만 집중하면서 1인 근무를 하는게 일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 방지 차원에서 순찰을 하는 건데, 정작 단독으로 순찰을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제어를 하거나 증거를 남기는 것이 불가능해 형식적일 뿐"이라며 "사법권 행사가 현장에서의 위험을 지금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에 앞서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역무원·보안관이 직접 과태료 부과 등 악성 민원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사법권에 준하는 역할이라도 부여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했을 때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조건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사는 오랫동안 서울시에 준사법권이라도 부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특별사법경찰이 너무 남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악성 민원인에게 과태료라도 부과할 수 있는 행정권인 준사법권이라도 있어야 (범죄) 예방이 의미 있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를 상대로 신당역 사고 재발방지와 안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