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막말 파문을 타고 또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파문이 본격 반영될 이번주 정기조사 결과에 벌써부터 이목이 쏠린다. 특히 대통령실 해명이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28%로, 불과 한 주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추석 직후인 지난주 33%까지 회복했지만 조문 불발 등 순방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이 윤 대통령을 다시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부정평가는 두 배가 넘는 61%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은 이에 대해 "영빈관 신축 계획 철회 등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문제,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등 정상외교 일선에서의 처신 관련 언급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막말 논란까지 더해지면 지지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갤럽은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의 해외 순방은 직무 평가에 플러스가 되지 못했다"면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후 조사에서도 직무 긍정률이 6%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첫 해 외국 순방을 나섰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한국갤럽은 분석했다.
26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0.2%포인트 소폭 오른 34.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1.0%포인트 내린 62.2%였다. 다만 일간 지표를 보면 흐름이 좋지 않다. 지난 20일 36.4%, 21일 34.8%, 22일 34.9%, 23일 32.8%로 주 후반 접어들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의 막말이 첫 보도를 탄 것은 22일이었으며, 한미 정상회담은 48초 환담으로, 한일 정상회담은 30분 약식회담으로 진행되며 기대를 충족치 못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문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주최 측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논란의 48초 환담을 나눴다. 이후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을 향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 16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으며, '이 XX들' 대상도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 해명은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사실상 전 국민이 무한반복하며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듣는 듣기평가에 돌입했고,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때문에 이번주 발표될 정기 여론조사 결과가 사태를 반영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일권 리서치뷰 대표는 "이번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막말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고,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서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파문의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MBC의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MBC를 정면 겨냥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