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통업계가 가성비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지만 장바구니는 텅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탓에 모든 물가가 다 오른 ‘올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자 유통업계가 가성비 좋은 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반값 치킨으로 시작한 가성비 마케팅을 연달아 내놓으며 경쟁업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반값치킨으로 촉발된 가성비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가성비 중식 시리즈를 내놓고, 이마트는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 3일간 과일과 육류를 할인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자체브랜드 상품 파격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고물가로 촉발된 어려운 경제적 여건을 타개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몸부림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하반기 국민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7%가 올해 하반기 소비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하반기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이유로 물가 급등(46.3%)을 꼽았고, 고용·소득 불확실성 확대(11.5%), 채무 상환 부담 증가(10.6%) 등이 뒤를 이었다. 하반기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도 물가 상승세 지속(51.0%)을 지목했다.
이처럼 고물가 여파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유통업계가 가성비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날 가성비 중식 3탄으로 양장피를 출시했다. 반값치킨으로 촉발된 가성비 마케팅으로 ‘중식’을 선택한 롯데마트는 탕수육, 깐쇼새우에 이어 양장피를 새롭게 준비했다.
정상가 1만5800원에서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6000원 할인혜택을 제공해 9800원에 판매하는데 고추잡채의 양을 늘려 3~4인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은 푸짐한 양이 특징이다. 먼저 선보였던 탕수육과 새우는 전월대비 판매량이 각 7배, 4배 증가했다.
가성비 델리 상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며 대형마트 델리코너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고객들을 타깃팅하면서 속 재료가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듬뿍 들어있는 ‘뚱드위치’를 3000원대에 선보였다.
이마트는 내달 초 시작하는 황금연휴에 과일과 돼지고기를 최대 50%할인 판매키로 했다. 과일데이는 연휴 3일간 매일 다른 품목으로 행사 상품으로 구성했는데 골드키위와 홍시의 경우 작년보다 약 50%, 샤인머스캣은 약 30% 저렴한 수준이다. 10월1일 한돈데이 기념 행사에 맞춰 1등급 한돈 전품목(브랜드, 냉동, 제주권역 제외)을 최대 40% 할인해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알뜰 소비 성향에 따른 PB(자체브랜드) 상품에 힘을주고 있다. 홈플러스 전체 PB 중 프리미엄 브랜드인 ‘홈플러스시그니처’의 상품 수는 2019년 956종에서 올해 8월 기준 2498종으로 161% 가량 증가한 것이다. 홈플러스 전체 상품 매출 중 PB 상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9년 4%에서 올해 10% 가까이까지 올라섰다. 인기 품목은 물, 우유, 물티슈 등 생필품에서 먹거리 등 다양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된 이후 가성비 상품에 대한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며 “고객을 잡기 위해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유통업계의 가성비 마케팅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