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성장률 121%…K바이오, 이중항체 개발 '속도'

치료비용 효과적 절감·표적 외 독성 감소
"이중항체는 암세포 특이성이 높고 부작용 경감"
에이비엘바이오, 앱클론, 파멥신 등 개발에 주력

입력 : 2022-10-03 오전 9:00:00
 
앱클론 연구 시설. (사진=앱클론)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동시에 두 개의 다른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이중항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업 루츠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글로벌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향후 2030년까지 약 12조9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항체 시장은 지난 2020년까지 121%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였다.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항원 결합 부위를 가진 두 가지 항체를 하나의 분자로 만든 단백질이다. 즉 이중항체는 두 가지 다른 항원과 결합해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이중항체 개발 방식은 제조상의 문제와 임상 실패를 겪었지만 생명과학의 발전은 이중항체의 개발을 가능케 만들었다.
  
3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바이오베터 기술 개발 동향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298380)앱클론(174900)파멥신(208340) 등의 기업이 이중항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중항체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암세포에 대한 면역세포를 매개해 살상 효과 발휘 △특이성 및 표적 능력이 향상돼 표적 외 독성 감소 △치료비용의 절감 때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및 면역 항암제를 개발 중인 이중항체 전문 기업이다. 퇴행성뇌질환 분야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혈액뇌장벽 투과율을 높인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추신경계 질환(CNS)을 타깃으로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또 면역항암 분야에선 4-1BB(메인 항체)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와 그랩바디-T를 적용한 파이프라인 ABL503과 ABL111(아이맵 임상 1상)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랩바디-T는 기존 이중항체 형태와 달리 CRD4라는 부위에 차별적으로 결함해 4-1BB의 종양 특이적 활성화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플랫폼이다. ABL503과 ABL111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ABL503은 비임상 결과 로슈의 PD-L1 계열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보다 항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ABL111은 Claudin18.2와 4-1BB를 동시에 타깃하는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위암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으로 지정됐다. 현재 두 후보물질 모두 비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앱클론은 이중항체 개발 플랫폼 '어피맵(AffiMab)'을 갖고 있다. 어피맵은 일반 항체 25분의 1 수준의 크기를 지닌 단백질 '어피바디'를 활용한다. 즉 어피바디에 두 개의 항체를 붙여 각각 다른 항원 단백질을 표적하는 이중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표적하는 항원 단백질을 달리하면 다양한 질환에 활용할 수 있다.
 
어피맵 플랫폼 기술을 통해 개발한 'AM105'는 현재 비임상 결과를 확보 중이다. 이는 T세포의 CD137과 대장암의 질환 단백질 EGFR을 동시에 타깃해 결합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EGFR이 과발현되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해 향후 '메소텔린(MSLN)', 'HER2' 등 또 다른 질환 단백질을 표적하는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다.
 
앱클론 관계자는 "에피맵은 두 개의 질환 단백질을 동시에 타깃한다"며 "현재 앱클론의 파이프라인으론 AM105가 있지만 전임상 단계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멥신은 이중항체 기술 DIG-body와 TIG-body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들은 세포 내 항원이 위치하는 방식과 약물의 작용기전에 따라 응용해 항체 개발을 진행한다.
 
파멥신의 파이프라인 'PMC-122'는 PD-L1과 SIRPα를 타깃하는 이중특이항체로 암세포들의 면역 회피 기능과 연관된 SIRPα/CD47를 동시에 표적함으로써 암세포의 식균 작용과 생체 내 항종양 면역 반응을 향상시킨다. 
 
앞서 셀트리온도 미국 바이오 기업 '에이비프로'(Abpro)와 악성 유방암 이중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BP102'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ABP102의 글로벌 공동 개발과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앞으로 셀트리온은 후보물질에 대한 동물효능실험, 공정개발, 전임상 동물실험, 임상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한다. 에이비프로는 물질 개발 및 후보물질 선정, 세포 효능실험 등을 맡게 된다.
 
이 후보물질은 HER2 양성 유방암 등 고형암에 쓰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성장 촉진 신호를 전달하는 HER2 수용체가 과발현했을 때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ABP102가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셀트리온은 HER2 양성 유방암 및 위암에서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허쥬마'에 이어 새로운 약물을 확보하게 된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이중특이항체는 암세포 특이성이 높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차별화된 기술적 메커니즘을 보유하면 가능성이 많은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빅파마들이 승인을 연속으로 받고 있어 투자 및 관심도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 암 치료(물리·화학치료 등)와의 병용 치료 연구도 활발해 결합 치료법과 다른 질병에 적용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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