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약 9개월이 흘렀지만 법 시행전과 대비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의 큰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한다면 소요기간을 더 단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부터 9월30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이다. 1142명으로 조사된 상반기 재해 사망자 수만 봐도 연간 평균 재해 사망자수가 2000여명인 수준임을 고려하면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2022 6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 2022년 1~6월까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해 사망 또는 4일 이상의 용양을 요하는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상이 승인된 재해(지방고용노동관서 산재 미보고 적발사망재해 포함) 기준. (자료=고용노동부)
법조계에서는 법 시행 효과를 보려면 더 두고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주로 누적된 위험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특성을 생각하면 현재 안전점검 주기를 다시 세우는 등 새로운 체계를 잡아가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법무법인(유) '지평' 중대재해TF 윤상호 변호사는 "법 시행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대부분 법 시행 자체로 극적인 결과를 기대하지만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당장 바뀌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기업, 공기업 직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표나 현장 근로자들에겐 충분히 스며들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를 국가적, 경영 책임자인 대표, 오너의 책임으로 둬 관심을 갖게한 것만 해도 의미가 있지만 산재사고를 줄이는 큰 효과를 보려면 윗선만 바뀌는 게 아니라 밑에서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은영 민변노동위원회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도 "일단 기업이 직원 안전에 대비해 가는 점이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충분한 자본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새로 잡는데 용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중소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퍼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인다"며 "안전 전문가나 시스템이 갖출 때까지는 한 2~3년이 걸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법 시행 이후 노동부가 검찰에 넘긴 사건은 총 21건이지만 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건 단 1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정학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검찰이 이런 식으로 법을 집행하면 10년 아니라 50년이 지나도 산재사망 사고가 줄어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법은 만들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활용을 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재 검찰이 꼼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