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수출 청신호가 켜진 방산업계가 인력 채용과 사무실 이전에 나서는 등 규모 확장에 한창이다. 해외 무기 수출은 기지 재건과 후속 정비, 교육 지원 등 중장기 사업 인력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이날 서울 강남 사무소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옮겼다. 수출 사업 호조와 신규사업 확대로 인한 대규모 신규 채용으로 부족해진 사무 공간을 넓히고 근무환경도 개선하기 위해서다.
올해 LIG넥스원은 전체 직원의 17%인 65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달 7일 시작한 하반기 공채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에 달한다.
수출 호황을 맞은 방산업계가 대규모 인력 채용과 사무실 확장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LIG넥스원이 서울 사무소 이전을 마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사진=LIG넥스원)
현대로템도 이날부터 30일까지 디펜스솔루션부문 특별채용을 진행한다. 모집 직무는 사업관리와 연구, 생산기술, 품질관리, 구매 등으로 신입과 경력 모두 뽑는다. 현대로템 측은 "모집 인원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예년보다 채용 규모는 크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도 3월부터 이달 말까지 방산 부문에서 기반기술과 시스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기술 등 분야 석박사 신입·경력직을 뽑는다. 시스템 엔지니어 제조방산 분야 경력직도 24일까지 모집한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이라크 스웨이라 공군기지 재건 현장에서 일 할 학사 이상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분야는 건축·기계·전기·설계·품질·공무다. 이번 기지 건설은 이라크에 수출한 T-50IQ 고등훈련기 후속 운영 지원 연계 사업이다. T-50Q 정비·운영지원 업무를 맡을 교관조종사 채용 접수는 지난달 마쳤다.
이번 후속 운영 지원 사업 규모는 3억6000만 달러로, 해외 고객 후속 운영 지원 첫 사업이다. T-50IQ 정비와 군수지원, 군수품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신규 조종사와 정비사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은 2025년 2월까지 지원한다.
보통 30여년 쓰이는 항공기 수명 주기에서 개발·양산은 30~40% 규모인 반면, 후속 운영 지원은 60~70%를 차지해 시장 규모가 더 크다. KAI는 T-50IQ가 이라크에서 본격 운영되면서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시장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는 폴란드 중심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웃 폴란드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지역과 친러 국가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빠른 무기 공급과 나토(NATO) 무기체계 호환, 높은 가성비를 이점으로 내세워
현대로템(064350)은 8월 폴란드에 4조4992억원 규모로 K2 전차 1000대 수출 실행계약을 맺었다. 이번 수출은 한국 전차 완성품 수출 첫 사례다. 현대로템은 이번 해외 진출을 다른 국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디펜스도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155㎜ 탄약류 등을 공급하는 3조2000억원 규모 1차 실행계약을 맺었다. K9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로, 현재 52% 수준인 세계 자주포 수출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다연장 로켓포 '천무'도 폴란드 수출 계약 협상이 진행중이다. 호주에서는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이 차세대 궤도형 장갑차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와 경쟁하고 있다.
이 밖에 KAI의 FA-50 경공격기 48대 폴란드 수출, LIG넥스원의 2조6000억원 규모 UAE 천궁-II(M-SAM) 공급 계약 등으로 수주 잔고가 쌓이고 있다. 지난 2019년 LIG넥스원 유도로켓 '비궁'에 이어, 올해 한화디펜스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이 미국 국방부 주관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장비로 선정된 점도 수출 활로 확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한국 방산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세계 군비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군사정보 분석기관 IHS 제인스는 올해 전세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약 0.7% 증가한 약 2조 달러로 추정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세계 국방예산이 2027년 2조1232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방산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가 군비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고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열린 방산전시회 'DX코리아'에서도 각국 군 관계자들의 문의가 예년보다 많아지고 구체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업계는 전례없는 해외수출계약을 성공시키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생산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채용, 시설투자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방산업계 등의 해외수출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아 향후 투자구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