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여론조사)②핵무장론 '찬성' 41.5% 대 '반대' 46.7%

4050 '반대'·60대 이상 '찬성'…진보 대 보수 엇갈려, 중도층은 '반대'

입력 : 2022-10-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46.7%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에 반대했다. 다만, 찬성 응답도 41.5%로 만만치 않았다. 
 
2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7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7%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개발 등 핵무장론에 '반대한다'고 했다. 41.5%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11.9%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핵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경론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마저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부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와 자체 핵개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등의 극약 처방까지 내놨다.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기현·조경태 의원은 현 상황을 NPT 탈퇴 요건인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독자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한국식 핵공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내 지도자급 인사들도 당권주자들의 핵무장론에 동의하며 힘을 실었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의 주장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술핵이든 아니든 핵무기로 인한 위협을 증가시킬 게 아니라, 긴장을 낮추고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는 블라디미르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부도 19일(현지시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를 촉구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오히려 북핵 위협을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이 핵으로 무장할 시 일본과 대만 등 동북아 다른 국가들에게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은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제1기조인 한미동맹의 훼손과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핵무장론에 대해 40대와 50대는 반대, 60대 이상에서는 찬성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40대 찬성 29.9% 대 반대 61.8%, 50대 찬성 39.4% 대 반대 49.5%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서는 찬성 47.4% 대 반대 35.4%로, 찬성 응답이 높게 나왔다. 20대 찬성 42.3% 대 반대 46.0%, 30대 찬성 45.7% 대 반대 47.9%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과 호남에서 반대 응답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이외 지역에서는 찬반 응답이 오차범위 안에서 엇갈렸다. 경기·인천 찬성 37.9% 대 반대 49.8%, 광주·전라 찬성 32.4% 대 반대 56.4%로, 반대 의견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외 서울 찬성 45.4% 대 반대 43.6%, 대전·충청·세종 찬성 43.4% 대 반대 45.2%, 강원·제주 찬성 43.0% 대 반대 38.6%로,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했다. 보수진영의 강세 지역인 영남에서도 찬반 응답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구·경북 찬성 44.8% 대 반대 41.3%, 부산·울산·경남 찬성 46.2% 대 반대 44.4%였다.
 
지난달 2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미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한 가운데 로널드레이건 함장 골드해머 대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는 찬성 36.9% 대 반대 46.7%로, 반대 의견이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보수층 찬성 68.1% 대 반대 21.2%, 진보층 찬성 19.1% 대 반대 72.2%로, 진영별로 핵무장론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 찬성 77.1% 대 11.6%, 민주당 지지층 찬성 14.3% 대 반대 76.7%로, 입장이 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9%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165명이며, 응답률은 3.9%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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