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과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폐원 40년만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선감학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뤄진 후 전달된 이번 사과를 계기로 경기도는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20일 서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은 40년 전에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지방자치 시행 이전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은 지난 1942년부터 1982년까지 4700여 명의 아동·청소년을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을 통해 강제로 가둬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를 가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개원부터 폐원까지 수용된 아동의 수는 5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총 4689건의 원아대장 중 입·퇴소 연도 및 생년이 확인된 4674건의 원아대장 분석을 통해 수용연령은 7세에서 12세 41.9%, 13세에서 17세까지 47.8%로 주로 7세~17세 아동들이 주로 수용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진실규명 발표를 통해 국가에는 권위주의 시기 부랑아 정책 시행으로 인한 선감학원 수용 아동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경기도는 선감학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또 현재 유골 부식이 진행 중이고 원아대장의 사망자 수에 비해 봉분이 더 많아 본격적인 신속한 '전면 발굴' 필요성을 제기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추가 사망자에 대한 진술과 시굴에서 확인된 선감동 산37-1의 암매장 유해, 8백 명이 넘는 탈출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사망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선감학원 사건이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 사건인 것으로 드러나서 김 지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은 경기도 차원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도는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피해자 생활 지원을 위해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치해 피해지원 기능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또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을 운영해 피해자 일상회복과 정신건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의료서비스 지원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선감학원 묘역을 정비하고 추모비를 설치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추모문화제를 확대 운영해 인권 의식 향상의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9일 안산시 선감역사박물관, 선감학원 옛 건물, 유해 매장 추정지 등을 둘러보고 피해자 지원대책 등을 점검했다.
김 지사는 "건물터 등을 둘러보면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와 권위시대 자행된 인권유린에 대해서 비록 과거에 자행된 일이지만 현재 우리가 사실규명을 위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어제 저는 그 당시 수용된 아이들의 또래들이 좋아하는 빵과자를 가져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진실규명을 계기로 아동침해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피해자 상처 치유와 명예회복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