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전국 의대 교수들이 또다시 집단 휴진에 돌입합니다. 의대 정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양보없는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전국적인 휴진을 예고한 겁니다.
특히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인 의사 면허자의 의료행위를 인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국 대학병원 10일 휴진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은 10일 집단 휴진에 돌입합니다. 이미 일부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과 휴진을 이어가며 지난달 30일과 지난 3일 자체 휴진을 진행했습니다.
의료계는 정부에 재차 '원점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10일 하루 전국적으로 집단휴진키로 결정한 겁니다. 정부가 의대증원을 확정할 경우 1주일간 집단 휴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속한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19개 의대가 동참키로 했고, 제주의대와 제주대병원 교수들도 함께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휴진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러나 앞서 진행된 두 차례 집단 휴진에서 대부분의 의사가 환자들을 돌보느라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휴진 역시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의대증원 회의록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대한 행정소송, 행정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절차에 나서면서 앞선 휴진일보다 더 많은 교수들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 집단행동 장기화 대응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할 계획을 밝히고, 외국인 의사면허자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가 '심각'단계일 경우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2월 19일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이탈하자 같은 달 23일 오전 8시 보건의료 재난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끌어 올린 뒤 현재까지 단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 치료하겠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외국 의사면허자의 의료행위 가능성까지 열리자 의료계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8일 자신의 SNS에 "전세기는 어디다가 두고 후진국 의사 수입해오나"라며 반발했고,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도 "어떻게서든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의사들의 제안을 고민하면서 대화할 생각을 해도 부족한 시간에 외국 면허 의사를 들여오는 걸 대안으로 생각했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라며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확실히 알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의 일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한 3일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