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K-원전, 장밋빛 걷어내고 가시도 볼 때

입력 : 2022-10-26 오전 6:00:00
“미국 라이선스 정책은 1%라도 자기 기술이 들어가면 (한국이) 수출할 때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
 
지난 9월 K-방산 박람회 'DX Korea'에서 만난 한 방산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한국이 폴란드에 수출하려던 원자력발전소가 '암초'를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기억났다. 정확한 수치라기보다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다.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소위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원전 노형에 미국 원천 기술이 포함돼 있어 수출시 미 정부와 자사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사장단이 사업 협력을 위해 지난 6월 방한까지 했으나 한국전력과의 공동선언문 서명을 꺼려했고, 결국에는 지적재산권을 고리로 한 소송까지 이어진 것이다. 급기야 폴란드 부총리가 웨스팅하우스 선정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미국 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 중에서 어느 쪽이 선정되든, 양쪽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든 현 정부 들어 장밋빛으로 점철된 원전의 실상을 돌아보도록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것이다.
 
지적할 것 투성이다. 미국의 동의 문제는 방산물품과 원자력 등 전략물자 수출에서 계속 변수가 되고 있다. 수십년전 미국과 맺은 양해각서 때문에 K1 계열 전차 수출에 제약이 걸릴 정도다. 그렇다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 수출 협력' 강화 합의까지 한 마당에 이 문제를 매듭지을 필요가 있었다. 정부나 한수원이 동의를 얻어내든가, 동의가 필요없다는 점을 미국 측에 납득시켰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협력을 강화한다는 합의에 비춰볼 때 이번 잡음은 크게 대비된다.
 
미국이 뒤통수를 쳤다고 마냥 탓할 일만은 아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전봉근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지난달 20일 발행한 글에서 프랑스와 중국을 참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국은 미국의 노형을 활용했는데도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해 독자 수출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가격 문제도 있다. 과거 터키에서 한국과 일본이 연이어 수주에 실패한 케이스에서 보듯이 가격은 매우 큰 변수다. 원전 안전을 강화하려면 비용도 늘어나 수출을 옥죄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해서 좋은 소리만 나오지도 않는다. 이번 폴란드 수주 역시 41%나 할인한 '출혈 입찰'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무리한 수주 시도로 인해 금융지원비용 부담이 커지고 한수원·한전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원전 수출의 번거로움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일반 상품을 외국에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걸림돌이 도처에 깔려있다. 현 정부와 원전 업계 및 학계가 청사진을 진정 실천하고 싶다면 장애물들을 직시할 때다.
 
신태현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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