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병원 측의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 부실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14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게 됐다.
2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이수정 판사는 A씨의 자녀 등 유가족 6명이 요양병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씨(당시 83세)는 2020년 2월 대구의 자택에서 넘어져 왼쪽 대퇴골에 골절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 간 뒤 열흘여 만에 C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대구지역에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C 요양병원에서도 직원 17명, 환자 57명 등 74명이 집단 감염됐다. A씨도 확진 판정을 받아 대구보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보름 만에 코로나19 감염증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가족들은 병원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요양병원 운영자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가족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측은 병원 측의 허술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법 및 정부방침 위반 등을 지적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15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여야 하지만, C 요양병원은 199병상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감염관리실이 없었다. 또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집단시설 등 대응 지침’에 따르면, 발열 등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직원에 대해 출근을 금지해야 함에도 병원 측은 이를 어겼다.
법원은 요양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해 유가족에게 14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요양병원의 간호과장 등 직원들이 인후통과 발열 등 코로나 증상을 보였는데도 즉시 격리 조치하지 않고 3~16일가량 근무하도록 했다며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를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 이기호 변호사는 “병원 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에 대해 병원의 책임을 인정한 보기 드문 사례”라며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 면회 사진.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