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중보 LG헬로 담당 "지역채널 DNA로 중무장…비싸게 사서 싸게 팔겠다"

LG헬로비전 커머스 사업담당 인터뷰
1년4개월 동안 60개 지자체와 손잡고 150개 농산품 판매
반신반의하던 농민들, MD통해 판매 기반 닦아
지역채널 명분 위해 많이 팔기보다는 판매자·소비자 위주로
BEP 도달은 2024년께지만…인력 기반 투자 확대

입력 : 2022-10-27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비싸게 사서 싸게 팔자가 모토입니다."
 
지난 26일 마포구 상암동에서 진행 중인 LG헬로비전(037560) 커머스 녹화 현장에서 만난 심중보 커머스사업담당은 자사의 커머스 사업 방향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케이블TV라는 유료방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커머스 부문은 단순히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모델이 아니라는 얘기다.
 
심중보 LG헬로비전 커머스사업담당. (사진=LG헬로비전)
 
LG헬로비전이 커머스사업을 시작한지는 1년4개월이 됐다. 150여개의 지역 농산품과 특산품을 방송에서 다뤘고, LG헬로비전의 방송권역인 88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참여한 지자체 수만 60여개다. 이 기간 판매해 기록한 매출은 20억원 수준이며, 상품판매 금액인 취급고는 100억원 수준이다. 구매 고객은 20만여명으로 방송가입자 기준 5% 정도가 방송을 보고 물건을 구매했다. 심중보 담당은 "전체 가입자를 놓고 보면 사업의 확산 여지나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무조건 잘 팔리는 상품 찾겠다는 것보다 고흥의 양파나 유자와 같이 지역에 숨겨져 있는 농산물이나 과잉 생산돼 폐기 위기에 놓인 농산물, 못난이 농산물 등 유통에 어려운 농산물에 집중해 왔고,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과 공동성장을 위해 커머스방송의 수수료는 홈쇼핑업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낮아진 수수료만큼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생산자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전가시키는 가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생산자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지자체가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과 가교역할을 해줬고, 그 과정에서 LG헬로비전의 상품기획자(MD)들은 현장에 가서 어떻게 상품을 구성할지, 어떻게 배송할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등 상품화 과정을 지원했다. 심 담당은 "때로는 노하우를 전수하고, 상품화 과정에서 온라인판매 기반을 닦아주는 지원을 하며 생산자와 함께 커머스 사업을 키워왔다"고 전했다. 이 결과 유독 못생기게 자라 상품 가치 하락이 염려됐던 횡성의 고랭지 무도 이러한 상품화 작업을 통해 10㎏ 2000세트를 두 번의 방송으로 모두 팔아내기도 했다.  
 
LG헬로비전은 지역채널이 운영하는 커머스 취지에 맞게 규모가 작은 농민까지 포괄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케이블TV의 커머스방송 실증특례 부가조건이 지방자치단체 추천을 받아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과 지역 농·어민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보니 지역 농민들이나 영농조합이나 축협 수협 등 단일 조합과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량판매를 통해 취급고를 올리는 홈쇼핑업계 대비 수익성은 낮을 수 있지만, 소품종 소량판매라는 사업적 특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커머스방송이기는 하나 홈쇼핑과는 확연히 차이점을 갖는 것이고, 홈쇼핑이 못하는 영역을 지역채널이 해낸다는 의미도 갖는다. 심중보 담당은 "어떤 농민은 일주일 내내 생산해도 200박스밖에 못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 커머스방송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지역채널에서는 규모가 작은 농민까지 포함해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LG헬로비전은 전라남도 구례의 우리 밀·메밀에 대한 커머스방송 녹화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러한 사업적 특성이 반영되다보니 연간 취급고 100억원 수준을 기록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를 내고 있다. 손익분기점(BEP)을 밑돌면서 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이다. 사업초기 5명이 커머스사업을 담당했지만, MD 위주로 채용을 늘려 지금은 16명이 맡고 있다. 지역 농·특산물을 소개하는 오리지널 예능 팔도상회를 제작하는 등 콘텐츠 제작으로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BEP 달성이 전망되는 2024년까지 실적 없이 투자를 진행하는 분위기는 지속될 수 있다. 그럼에도 "큰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지역사업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에 치중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근간이라고 그는 말했다. 쇠퇴하는 케이블TV를 중심 사업으로 하고 있는 회사로서 커머스라는 부가서비스를 통해 사업적 분위기를 쇄신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LG헬로비전은 커머스 사업의 단계적 성장을 위해 TV 커머스몰부터 웹서비스 기반 '제철장터'를 선보인데 이어 내년에는 제철장터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공개, 커머스 사업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심 담당은 "지난 5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TV 내에 커머스몰을 만들었고, 7월에는 TV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이용이 가능한 제철장터를 선보였다"며 "내년 초에는 앱으로 서비스해 편의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상품과 컬래버레이션 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는 것도 고려 중이다. 심중보 담당은 "제품에 스토리텔링 요소를 강화해 LG헬로비전 플랫폼 내에서 가치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일반적 커머스 사업자들과 경쟁해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TV 사업자들에 동기부여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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