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던 진단키트 업체들의 성장세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에선 이미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수혜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젠(096530)은 지난 8일 보통주 1주당 200억원을 지급하는 분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0.76%이며 배당금 총액은 101억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 9월30일이다.
씨젠의 현금배당은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이어졌다. 씨젠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103억원과 101억원 규모의 현금을 배당한 바 있다. 이번 3분기까지 더하면 씨젠이 올해 현금으로 배당한 금액은 총 305억원이다.
이에 앞서 씨젠은 지난 9월 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도 내린 바 있다. 당시 씨젠은 이사회가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한 이튿날인 9월29일부터 6개월 안에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자사주 매입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씨젠은 지난해 3~9월 300억원, 올 3월부터 9월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로써 씨젠은 최근 2년간 총 13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게 됐다.
씨젠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연이어 사진은 씨젠 사옥 전경. (사진=씨젠)
씨젠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씨젠 관계자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라 배당, 자사주 활용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진단업체 강자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분기가 지날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3884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만에 대형 제약사에 버금가는 매출은 2분기 7905억원, 3분기 551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6196억원, 3481억원, 2934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회사 측은 누적 기준 전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1년간 실적을 보면 올해 2분기 매출은 7905억원으로 전년 동기 7804억원에서 1.2%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매출 역시 5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5267억원에서 4.6% 뛰었다.
제약바이오업계 첫 3조원대 매출을 앞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해 분기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에스디바이오센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로 전반적인 매출이 매출이 다소 감소했으나 코로나19·독감 동시진단키트와 '스탠다드 엠10(STANDARD M10)' 카트리지 등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군들에서 매출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대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신성장 동력 제품인 신속 분자진단 플랫폼 STANDARD M10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선 4분기 경영 실적은 비관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10억원, 883억원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평가도 부정적이다.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를 포함한 진단업체들의 코로나19 수혜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가려내야 하는 역할을 진단키트업체가 맡은 만큼 기업의 가치가 커져 주가에 반영됐다"며 "지금은 유행 기간과 별개로 진단키트의 역할이 줄어들어 진단업체들의 주가도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진단과 격리가 방역의 기초였지만 치료제와 백신이 나온 이후 진단의 중요성이 예전 같지 않다"며 "몸집을 거대하게 키운 상황에서 보다 실적을 개선할 수단을 마련하는 게 진단업계에겐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ㄷ.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