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율운항선박 기술 경쟁 달아올랐다

자율운항선박 시장 2028년 313조원
해외에서 앞다퉈 자율운항 기술 실증
조선3사, 해상 실증하고 상용화 준비
완전 자율운항 기술 확보에 박차

입력 : 2022-11-27 오전 9:00:1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조선사들이 수백조원 규모가 될 자율운항선박 시장 선점을 노리고 저마다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선박은 스스로 다양한 해상환경을 인지?판단해 최적 운항경로 탐색으로 경제성을 높인다. 사람의 과실로 인한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율운항선박 도입으로 물류 흐름이 10% 이상 높아지고 운용비용 경제성은 22% 증가하고 인적 해양 사고는 7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츠는 관련 시장이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 2357억 달러(약 313조4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위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 2021년 11월 세계 최초 자율운항 120TEU 컨테이너선 ‘야라 버클랜드’를 실증했다. 일본 역시 2022년 1월 완전 자율운항 174TEU 연안 항로용 컨테이너선 ’마카게‘ 실증을 마쳤다.
 
독도를 향해 자율운항 중인 세계로호 조타실 내부. (사진=삼성중공업)
 
정부는 2026년까지 선원 승선 없이 원격제어로 운항이 가능한 자율운항선박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국제연합(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분류한 자율운항선박 4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1단계는 AI의 인지·판단으로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 할 수 있다. 3단계부터 선상에 선원 없이 육지에서 선박을 원격제어한다. 4단계는 선박 스스로 결정하고 운항하는 완전 자율운항이다. 로이드선급은 0~7단계로 선박 자율도를 구분한다.
 
정부는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을 위해 지난 3일 울산에 자율운항선박 성능실증센터를 준공했다. 이곳은 자율운항에 필요한 항해·기관 자동화 시스템 등 핵심기술 개발, 해상 시험선 실증을 위한 육상 관제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2023년 하반기 실증 장비 구축이 끝나면 본격 실증이 가능해진다.
 
조선3사도 관련 기술에 열을 올리며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 15일부터 4일간 목포해양대의 9200톤(t) 실습선 '세계로'호로 전남 목포 서해를 출발해 남해 이어도와 제주도를 거쳐 독도까지 약 950㎞를 자율운항하는 실증을 마쳤다.
 
세계로호에는 삼성중공업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 '삼성 자율 선박(SAS)'이 탑재됐다. IMO 기준 2단계 기술이다. 이 선박은 자율운항 도중 29번에 달하는 타 선박 충돌 위험을 회피했다. SAS가 배의 선수(전방)와 우현으로 동시 접근하는 어선들과의 복합 충돌을 실시간 인지해 5초마다 회피경로를 제시했다.
 
삼성중공업은 기국(Flag state·선박 소속국)인 해양수산부로부터 '자율운항스시템(SAS)의 선박실증을 위한 선박안전법 특례'를 업계 최초로 승인 받았다. 삼성중공업이 목포해양대, 한국선급과 함께 자율운항선박을 실제 해상에서 시험할 안전 운항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해수부가 검토·승인해, 자율운항 실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첫 사례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16~17일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의 해상 시험을 마쳤다. 단비는 대형 상선을 모사한 자율운항 전용 시험 선박이다. 이번 시험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운항 솔루션(DS4 Safe Navigation)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을 마쳤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시흥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와 자율운항기술 개발과 실증 MOU를 맺고 단비 건조와 시험을 진행했다. 대우조선은 관제센터의 제어명령에 따른 엔진·방향타 반응을 확인하는 원격제어, 계획된 운항 경로를 잘 따라가는지 확인하는 경로 추종, 여러 선박과의 충돌 위험 회피 등을 시험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시험으로 로이드선급기준 자율운항 3단계 기술을 확보했다. IMO 기준으로 볼 때 2단계와 4단계 기술이 일부 해당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술을 2023년 실선에 적용해 검증하고 2024년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시흥 R&D캠퍼스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사진=대우조선해양)
 
HD현대(267250)의 자율운항선박 회사 아비커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선보였다. 2023년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앞서 아비커스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5월 초 미국 남부 멕시코만을 출발해 파나마 운하와 태평양을 거쳐 33일만에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총 운항거리 2만㎞ 중 절반을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 기술로 운항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대형선박의 하이나스 2.0을 수주해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대형선박(상선)과 소형선박(레저보트)을 통틀어 2단계 솔루션을 상용화한 사례는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다.
 
완전 무인 선박 운항은 국제법 등 관련 규제 완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업계는 관련법 제정과 동시에 완전 자율운항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완전 자율 운항 기술을 확보했을 때 관련법이 마련 돼 있다면 당연히 상용화가 될 것"이라며 "그때도 법률 마련이 안 되어 있다면 상용화까지는 아니어도 기술은 확보해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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