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사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초 예정대로 발의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 장관 탄핵소추로 재압박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선 해임건의안 후 탄핵소추안’ 단계를 밟겠다는 기존 구상대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는 국정조사 합의 파기라며 국정조사 전면 보이콧을 시사했다. 국정조사 이후에 책임을 물어도 물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도 더해졌다. 민주당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 장관이 버티고 있는 이상 조사대상 기관이 자료 제출, 증인 출석 등에 협조하기 어려워진다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이 장관 해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이번 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에도 본인이 자진사퇴하지 않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부득이 강제적 방법인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가결시켜 이 장관에 대한 문책을 매듭짓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 국회 의안과에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이 이 장관의 해임 사유로 △이태원 참사 당일 상당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 △재난안전관리 사무에 대해 경찰·소방의 최종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참사 당일 긴급 구조신고 등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 △국민의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책임자로서 참사를 축소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것 △경찰 지휘 감독권자로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참사 원인의 진상을 규명하고 처벌해야 함에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는 일선 경찰·소방에 머무르고 있음 등을 지적했다.
민주당은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위해서라도 이 장관에 대한 해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경찰청 고위직 인사권을 (행안부)경찰국이 가지고 있는데, (경찰국 인사권은)행안부 장관이 가지고 있지 않나”라며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장관이 건재한데, 또 소방청도 고위직 인사권을 (장관이)행사하는데 과연 그분들이 양심대로 진실대로 증언을 하고, 자료를 순순히 다 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점에 경찰 인사권을 쥔 행안부 장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장관이 조속히 물러나고, 국정조사에서 필요하다면 기관증인이 아닌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증언을 들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용 거부 가능성이 높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조사 계획서에 진상규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사대상으로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고,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 우리는 국정조사를 전면 보이콧할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내놨다. 앞서 윤 대통령 역시 정치적 목적의 억울한 책임 추궁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내각의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협상 입지도 좁아졌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국정조사 전면 보이콧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은 국정조사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나 기권, 불참으로 강경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협상파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장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국정조사 합의 이틀 만에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들고 나온 것은 어렵게 복원한 정치를 없애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며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파면을 주장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국정조사 무용론'을 꺼내들었다. 이어 “어렵게 놓은 협치의 다리를 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과거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한 선례를 고려해 탄핵소추안까지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모두 재적의원 1/3 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끝내 거부할 경우 민주당은 곧바로 탄핵소추안 발의 준비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에 대한 법률적 검토까지 모두 마쳤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결자해지 측면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또 이 장관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해임건의안을 또 다시 거부하거나 (이 장관이)자진사퇴를 끝내 거부한다면 강제적인 방법, 즉 탄핵소추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