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CVID 접근 비현실적"

문정인, 'USIP'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과 인터뷰…"핵 능력 동결 등 현실적 접근 모색해야"

입력 : 2022-12-15 오전 10:46:47
지난해 5월17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바이든시대 동북아 전망과 한국의 역할’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정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역임한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오늘날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이라며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미일이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목표로 접근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런 접근방식은 비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이사장은 14일 공개된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이사장은 총 5회의 남북 정상회담 중 당일치기로 열려 사후 발표된 2018년 5월 회담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할 정도로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로 꼽힌다.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포용 정책인 햇볕정책과 동북아번영정책 설계에 깊숙이 관여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로 활동하며 대북정책을 조언했다.
 
문 이사장은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제재를 통한) 억제력과 위기 안정화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지속적인 안보 딜레마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역설적인 해결책에 해당한다"며 "외교를 복원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인정하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진정한 현실주의가 절실하다"며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북한과의 교전에서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설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문 이사장은 "우리의 불가역성 요구 때문에, 김정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게 되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협력을 통한 위협의 감소와 모종의 핵무기 통제 회담을 통해서, 미국의 적대 정책 제거, 제재 축소 및 포괄적 에너지 지원 제공의 대가로 북한의 핵 능력 동결, 롤백 및 폐기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것은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도 포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또 문재인정부 당시 '단계적 비핵화'로 나서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먼저 '점진적(단계적) 딜'을 제안했다"며 "민간 경제 제재와 관련해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5개 사항을 해제하는 대가로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폐기하자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이 제안을 거부했는데, 작은 성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추후에 빅딜로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문재인정부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진전을 추구하려다 너무 많은 약속을 한 것"이라며 "그 약속들은 결국 추진되지 못했고, 북한의 불신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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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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