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들이 19일 개문발차 형식으로 국정조사를 가동시켰다. 여야가 당초 합의한 국정조사 기간인 45일 중 불과 20일 남은 이날에서야 본격 가동하게 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예산안 협상 등 정치적 현안이 겹치면서 여야가 국정조사 본격 가동을 미룬 탓이 크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것에 반발, 국조특위를 전원 사임한 상태로 ‘선 예산안 후 국정조사’를 외치며 이날 회의에도 불참했다.
야 3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조사 일정, 증인채택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번 회의에서 야 3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현장조사 2회, 기관보고 2회, 청문회 3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장조사의 경우 21일에는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에서, 23일에는 서울 용산구청과 행정안전부에서 각각 진행하기로 했다. 참사 관련 정부 기관 보고는 이번 달 27일과 29일에 받는다. 27일에는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기관 보고를 진행한다. 29일에는 대검찰청, 서울시청,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가 대상이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양일 모두 기관 보고 대상이다.
야3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증인 명단은 총 44명이다. 대표적인 기관 증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대통령실에서는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국무총리실에서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증인으로 각각 채택됐다. 대검찰청 증인은 신봉수 반부패·강력부장과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 과장을 채택했다.
청문회는 내년 1월 2, 4, 6일 진행하되 구체적인 증인·참고인 명단은 여야가 추후 협의해 의결하기로 했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회의에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 7명은 전원 불참한 채로 전체회의가 진행됐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은 지난 11일 전원 사퇴했다.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전원 사퇴를 내던진 것이다. 국조특위는 지난달 24일 본회의 의결로 꾸려진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논의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날도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선 예산안 후 국정조사’를 강조하며 예산안 처리되기 전까지는 국정조사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애초에 예산안을 연계해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이 국정조사 가동을 지연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정조사를 예산안과 굳이 연계하는 합의를 해, 지연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야 3당 위원들은 내년 1월7일까지 활동시한인 국조특위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특위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면서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인 2일,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도, 국회의장이 제시한 15일도 넘겨버렸다”며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이태원 참사로부터 50일이 지났고, 우리 특위에 남은 시간은 고작 20일뿐이라, 국조특위 위원장으로서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국정조사에 소요되는 일정은 통상 4주다. 각 기관의 자료제출을 바탕으로 전문가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준비기간을 가진 뒤 본조사에 돌입한다. 하지만 현재 국조특위에게 허용된 시간은 단 3주로 이번 국조특위는 준비기간 자체를 박탈당한 채 국정조사에 돌입하게 됐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은 국정조사로 인해 힘이 빠지면서, 각 기관들에서 자료제출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국조특위가 부실한 자료제출과 촉박한 시한 때문에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국회가 할 수 있는 법적인 제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민의힘이 추후 동참할 것을 고려해 여야 합의된 일정, 증인 채택안을 이날 채택했다고 전했다. 국조특위 내에서는 그간 야 3당이 논의해온 단독 증인채택안, 일정 등을 의결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국민의힘의 추후 참여를 위해 여야 합의안 의결을 하게 됐다. 문을 열고 먼저 달리되, 언제든 국민의힘이 올라탈 수 있도록 개문발차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한편, 이날 국조특위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증인채택 문제, 이 장관의 경찰 조직 및 인사제도 개선방안 발표 등을 두고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좀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야당은 즉각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충격적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국조특위에서 여야 합의에 따라 한 총리가 빠졌는데, 연달은 망언의 중심에 선 만큼 국정조사장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 장관이 이날 경찰 조직 및 인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진선미 의원은 “어쩌면 피의지가 될 수 있는 이 장관이 경찰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경찰의 조직과 인사제도를 발표하고 있는 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너무나 당황스럽다”며 “적어도 국정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국정조사나 수사 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그런 일은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