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제49차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장을 받은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두고 당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해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후에도 각종 의혹으로 추가 소환할 것이 예견되면서 민주당의 속내도 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통보에 응하면 이후에도 이 대표가 관련 의혹에 건건이 모두 출석할 것이냐는 게 주된 고민이다.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적극적 수사 동참을 촉구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결단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성남FC후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21일 이 대표에게 오는 28일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이자 성남FC구단주였던 2016년에서 2018년까지 두산건설, 네이버 등의 기업들로부터 160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본격화되자, 비명계는 ‘당당히 맞서라’고 충고하면서도 당과의 연관성을 제거하는 방향을 주문하고 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2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에 의해 당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이 대표 본인이 가진 리스크가 당에 전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소환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이 대표를 (검찰이)털어도 먼지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워낙 전부터 많은 검찰 수사를 받으셨던 분이고, 본인 관리를 철저히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친명계는 일단 이 대표의 결단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검찰이 성남FC후원금 의혹으로 소환 통보를 했지만, 추후 대장동 의혹,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도 소환통보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이번 소환에 응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이번 소환에 응하는 것은 단순히 이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추후 소환 통보할 수 있어, 연결돼 있는 문제라 결정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성남FC 의혹보다는 선거법 위반 의혹이 이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제20대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12월2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관련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알지 못 한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정부의)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한 것도 검찰은 허위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서는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주목하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까지 갈 수 있다고 술렁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당이 대선과정에서 쓴 434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할 의지가 있지만, 주위에서 만류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강원 춘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단 민주당은 검찰이 소환통보한 오는 28일에는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돼 일정상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의 기싸움에서 지지않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려 하는 것 같은데 당내 만류가 있는 분위기”라고 귀뜸하며 “의원총회 등 종합적으로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