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 지 3년이 흘렀다. 이 기간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수천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는 직원의 일탈부터 국산 백신 개발과 이에 따른 한국의 위상 강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수억원을 호가하던 새로운 치료 수단은 국가 재정의 도움으로 보다 넓은 접근성을 갖게 됐고,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은 바이오 자국화라는 강수를 던졌다. <뉴스토마토>가 올 한 해 있었던 제약바이오업계 주요 사안을 정리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근무한 이모씨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회사 자금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본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2215억원을 5차례에 걸쳐 이체했다. 이씨는 현재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동지훈 기자)
①오스템임플란트 2000억원 횡령 사건
지난 1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근무했던 이모씨는 2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해 현재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회사 자금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본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2215억원을 5차례에 걸쳐 이체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씨의 횡령 사고 이후 내부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020년 4분기 이씨가 253억원을 출금한 뒤 반환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씨와 횡령에 가담한 이씨 부인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11일 열린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월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GTH-B)로 단독 선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WHO 인력양성 교육생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홍보관을 견학하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②코로나19 팬데믹서 허브로 우뚝 선 한국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는 팬데믹 양상이 고소득 국가와 중저소득 국가에서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에 UN 산하 국제의약품특허풀(MPP)은 국가 간 코로나19 대응 수단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1월과 3월 먹는 항바이러스제의 제네릭 라이선스를 여러 국가의 기업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라게브리오, 팍스로비드 제네릭은 중저소득 국가에 공급된다.
항바이러스제 제네릭 생산과 별개로 한국은 2월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GTH-B)로 단독 선정됐다. 허브는 중저소득 국가의 백신 자급화를 위해 백신·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WHO가 한국을 단독 허브로 지정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 등 바이오기업들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회사 견학과 생산공정 교육을 제공했다.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제네릭 생산과 GTH-B 단독 선정 이후 업계에선 한국의 압도적인 의약품 생산 역량과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CAR T-세포치료센터가 최근 재발성·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대상 임상시험에 등록한 환자에게 CAR T-세포를 주입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③'꿈의 항암제' CAR-T' 치료제 건보 적용
2022년에는 1회 투약으로도 혈액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꿈의 항암제'가 한국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노바티스의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T세포 치료제 '킴리아'가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킴리아의 기전을 보면 먼저 환자 혈액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추출,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CAR 단백질을 발현한다. 이후 환자 혈액에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CAR-T세포를 주입하면 킴리아는 암세포만 골라 파괴한다.
킴리아는 1회 투여로도 말기 혈액암 환자 완치율이 50% 가까이 된다. 단점은 1회 투약에만 약 4억원이 드는 비용 문제였는데, 건보 적용을 받으면 환자 부담금은 최대 598만원까지 낮아진다. 국내 킴리아 투여 대상은 2회 이상 치료를 받은 후 재발 또는 불응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와 25세 이하의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다.
현재 킴리아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 처방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④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허가, 생산 중단
2022년에는 코로나19에 맞서는 인류의 반격인 백신 개발이 한국에서 성과를 낸 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6월29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이하 스카이코비원)'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코비원 허가를 받으면서 한국은 영국, 미국과 함께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을 자체 개발한 세 번째 국가 반열에 올랐다.
식약처 허가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국 품목허가,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추진했으나 높은 국내외 접종률로 인해 현재는 완제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스카이코비원 완제 생산은 개점 휴업에 들어갔지만 국산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의미는 높이 살만 하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춘 만큼 다른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 이를 활용해 신속한 백신 개발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1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대규모 예산법 통과를 홍보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⑤미국발 바이오 자국화 선언
각국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알게 되자 강대국의 자국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특히 한국에선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동참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형성됐다.
백악관은 지난 9월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가능하고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는 미국 바이오경제를 위한 생명공학·바이오제조 혁신 증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 의약품뿐 아니라 연료, 플라스틱 등 바이오 관련 전 분야를 아우르는 조치다. 백악관 발표 이후 업계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5월 '제14차 5개년 생물(바이오) 경제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자국 중심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침을 선언한 바 있다.
행정명령 발표 이후 국내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위탁생산(CMO),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중 이미 수주 품목이 다양하고 생산 능력에서 다른 해외 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곳들은 큰 타격이 없다는 입장 유지하고 있다.
미국발 바이오산업 자국화가 가져올 타격과 무관하게 이제라도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 수급을 해결하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등 보건안보 확립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