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의 예산안을 결정하는 서울시의회의 올해 회기가 마무리됐지만 서울시·시의회와 산하기관 노동자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TBS 지원 조례 폐지는 물론 마을공동체 지원 활성화 조례 폐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예산 삭감 등 박원순 전임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며 노동자가 가장 피해를 보는 정쟁 싸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인 서사원은 내년도 예산이 총 68억원으로 통과됐다. 올해 180억원 예산보다 62%가 줄었으며 서사원이 내년 예산으로 요청한 21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서사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9년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어르신 돌봄서비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영유아 보육은 물론 돌봄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일자리도 창출했다.
시의회는 민간 돌봄서비스에 비해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서사원 예산 삭감 이유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문제가 불거졌다. 서사원의 올해 예산 총 355억원 가운데 인건비는 206억원 가량으로 전체 예산의 58%를 차지한다. 이는 188억원 수준의 서울시 출연금 보다도 많다.
서사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210억원의 출연금 요구안에서 142억원이 삭감된 68억원은 4~5개월 인건비에 불과하다며 공공돌봄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자체 예산으로 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라고 반박했다. 시는 서사원이 일을 적게 하고도 민간 근로자보다 3배 이상 받는 임금구조, 일을 안 하고도 통상임금 100%를 가져갈 수 있는 복무규정, 장애인 돌봄을 위한 24시간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없는 근무체계라고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서사원 돌봄 근로자(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의 기본급여는 기본급·급식비·교통비(197만원·13만원·15만원)로 구성돼 있고 총 225만원이다. 여기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지방소득세 등 22만7000원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202만2000원이다. 부양가족 수와 초과근로 여부에 따라 급여는 더 올라가며 지난달 기준으로 가장 많이 받은 서사원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294만원이다.
서울시는 "시의회의 서사원 예산 100억원 삭감은 현재의 잘못된 구조와 체계를 개선하라는 메시지"라며 "전체 돌봄 근로자 중 0.24%만을 위한 정책에 세금 180억원을 소비하기보다는 나머지 민간기관 종사자 99.76%도 어깨동무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과 개선에 세금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TBS와 마을공동체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 폐지는 시의회 의석 70%를 차지하는 국민의힘 주도로 추진된 대표적인 사례다. TBS는 그간 전체 예산의 약 70% 정도를 시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인건비다. 당장 내달부터 올해보다 출연금이 88억원 줄어든 232억원이 확정됐고 이마저도 2024년부터는 모두 끊긴다.
시의회는 TBS 직원들이 시의 다른 산하기관에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마저도 해당 기관에 인력 채용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100% 고용 승계는 사실상 어렵다. 직원들의 생계와 거처 문제가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된 것이다. 내년 출연금으로는 250억원에 달하는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예산 지원 근거가 되던 조례안도 결국 폐지됐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사업의 효율성과 자치구별 특성에 맞도록 구조를 전환한다는 취지로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조례 폐지가 마을공동체 사업을 완전히 폐지하려는 명분이라고 비판했다.
조례안 폐지가 확정 수순에 접어들자 시민운동본부는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가장 가까운 동행인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을공동체 정책에 대해 근거없는 정치전으로 조례폐지의 지휘부 역할을 했다"며 "시민을 위한 정책을 폐지 시킨 선출직 공무원들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가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예산 100억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