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 전 주오사카 총영사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국의 경우 (한미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이) 남한 땅에 핵무기를 갖다놓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나토식 핵공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조성렬 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핵공유 정책과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핵 공동기획과 공동연습' 이야기는 명확하게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총영사는 국가정보원의 외곽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22년간 활동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오사카 총영사로 1년 반 동안 일한 바 있는 대표적인 안보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경우는 실제 나토 회원국에 핵탄두를 배치해 놓고 있고, 또 투발 수단인 폭격기도 현지에 다 있다"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한미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이라고 하는 것은 한반도에 핵무기나 핵 투발 수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미국 영토에 있는 것을 우리가 협의할 수 있다는 수준이다. 우리가 (핵무기가) 필요할 경우 (미국에) 요청을 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미국이 참고하고 공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고, 나토식 핵공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전 총영사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굳이 (한미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을) 논의하겠다는 것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안을 못 내놓은 상태에서 논의까지 반대하고 반박하는 것 자체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 전 총영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조성렬 전 주오사카 총영사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주오사카 총영사로 활동하면서 일본에 있었는데 일본 정부 포함해서 일본 내 오피니언 리더들은 윤석열정부와 문재인정부를 어떻게 비교하고 평가하고 있는가.
굉장히 도식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재인정부는 반일 정부, 윤석열정부는 친일적인 정부라고 딱 이렇게 구분한다. 한국의 민주당쪽 리버럴 정부는 반일 정부라는 게 일본의 일반적 인식이다. 최악의 한일관계를 가져온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유진영에서 유일하게 ‘반일 반파쇼 전쟁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일인데도 말이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핵이 방어용이고 대남용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전원회의 결정문을 포함해서 최근에는 공격용이라는 것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대남용이라는 점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이렇게 바뀐 것이라고 보나.
이렇게 바뀌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우선 북한이 핵을 질적, 양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탄두 보유가 불충분하지 않았고, 핵 투발 수단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은 ‘확증보복’ 이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핵 투발 수단도 다양하게 확보했고 여러 추정이 있지만, 핵탄두도 50~100발까지 됐다. 북한이 핵무기를 이제는 방어용, 보복용에서 선제 사용할 수 있는 ‘비대칭 확전’의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북한이 어떤 외부의 정책 계기 때문에 갑자기 핵전략을 바꿨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핵전략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번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핵위협에 맞서서 한미가 핵전력을 공동기획하고 공동연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봐야 되나. 나토식 핵공유(미국이 핵공유 협정을 맺은 나토 회원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방식) 이런 것부터 떠오르는데.
실제 핵공유 정책과 이번에 윤 대통령의 '한미 핵 공동기획과 공동연습' 이야기는 명확하게 차이가 있다. 나토의 경우 실제 나토 회원국에 핵탄두를 비축해 놓고 있고, 또 투발 수단인 폭격기도 현지에 다 배치돼 있다. 다만 미국과 서유럽 회원국들이 핵무기 사용을 협의를 하되 최종적인 결정은 핵코드를 가진 미국 대통령이 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최종적인 사용결정권이 미국에게 배타적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엄밀히 보면 공유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한미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은 남한 땅에 핵무기를 갖다놓은 것도 아니고, 또 전략폭격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일단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토식 핵공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나토에서 그렇게 핵공유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이) 미국에서 떨어져 있고, 지상군이 강하고 핵무기를을 보유한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침공했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안전장치로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한반도 중심이 짧기 때문에 여기에 바로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단지 북한을 겨냥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지금 핵 투발 수단이 개선이 되면서 미국의 핵탄두미사일이 몇 분 안에 (한반도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핵무기·전략폭격기를) 상시 배치할 필요가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나토식 핵공유라는 말을 쓸 수도 없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략공간의 국제정치: 핵·우주·사이버 군비경쟁과 국가안보',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 같은 저서들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 등을 다뤄왔는데, 사실상 북한 비핵화라는 불가능해진 것 아닌가. 아직 희망이 있나.
정책과 대책을 구분해서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매우 어려운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결코 손을 놓아서는 안 될 과제다. 그런 면에서 저는 기본적인 정책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는 정책적 목표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정책적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한반도 비핵화에) 올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기존 정책적 목표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의 확장억제력 보장, 군사적 억제력 및 방위력 구축 등 대책의 다양성을 우리가 추구해야 된다고 본다.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국민 설득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012년도 마지막 저서 <전략적 비전>은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그는 미국이 쇠퇴할 경우 지정학적 위기에 빠질 8개 나라(한국·대만·조지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스라엘)를 들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바로 대만과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나라인데 여기에서 브레진스키가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가 중국의 지역 패권을 인정하고 안전을 보장받는 방안이었다. 이것은 과거 중화체제로의 회귀를 뜻한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브레진스키가 이야기한 것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다. 제3의 방안도 있다. 바로 핵무장이다.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서 자주적인 안전을 추구하는 방법인데 이 부분은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방식이다. 작년 9월 발표한 북한의 '공화국의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전문(前文)에 “조선반도와 동북아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 안전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이라고 밝혀 독자적인 핵무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있는데, 윤석열정부는 첫 번째 옵션(중국의 지역패권 인정)이 아닌 두 번째 옵션(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옵션(핵무장)에 대해서는 사실은 일본 자체도 비핵 국가이고, 아직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 강화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 하지만 미국이 아시아에서 떠나게 되면 아마 세 번째 옵션도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다양한 핵무장 옵션에 대해 당장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론 자체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6월4일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신임 총영사 임명장 전수식에 참석해 조성렬 주오사카 총영사에게 임명장을 전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북방 전략) 출발 자체가 노태우정부의 '북방 정책'에서 시작했고, 사실 선명하게 북방에 대한 용어를 쓴 것은 이명박정부의 '신아시아 정책', 그 다음에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있었고, 문재인정부가 '신북방 정책'을 썼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정부의 '동북아 중심 국가'에 (북방 관련 정책이) 들어가지만 오히려 보수 정부에서 (북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어떻게 보면 이 부분(북방 정책)을 30년 만에 폐기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그런 역사성을 아예 모르진 않을 텐데 미국하고 똑같이 맞춰서 가려고 하는 것 때문에 북방 정책에 대한 부분을 빼버린 것인가.
일본이 제일 먼저 제안했다고 해서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인도태평양만 강조되어 유라시아 전략이 실종됐다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안보보다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아세안의 관점’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 때는 신남방 정책이라는 우리의 대외전략을 내세우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공통성에 기초해 조화시켜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당시 우리가 중심이 되다 보니 신남방 정책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에 맞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시키는 차원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나 인도의 비중을 높였다. 실제로 신남방 정책을 취하기 직전 해인 2016년 말에서 2022년까지 하면 5년 사이에 동남아시아 (교역) 비중이 약 2%가 늘었다. 시장 다변화의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보면 거의 해상교통로 안전에 맞춰져 있다. 미국이나 일본도 해상교통로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정부의 경우에는 아세안, 인도와의 경제협력에 방점을 뒀다면 지금 윤석열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해상교통로의 안전에 맞추는 바람에 우리 국익에 대한 엄밀한 평가에 기초했다기보다는 미국의 전략에 편승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세안국가들의 경우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편에 줄 서기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의 관점은 안보 문제보다는 경제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세안의 관점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조성렬 전 주오사카 총영사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본 기시다 정부가 작년 12월16일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면서 ’전쟁가능 국가‘로 전변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일본이 존립 위기 사태에 따라, 또는 적기지 공격 반격 능력을 행사할 때 북한 영토에 들어오는 부분에 대해 (우리의 동의를 얻는 것을) 거부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이제 일본에 요구를 해야 되고, 일본이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한일 안보 협력에는 명확한 레드라인을 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한일 군사협력은 장기적인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우리 영토에 들어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역이나 협력의 범위와 수준에서 어떤 제한을 두는 게 필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는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미국 보고 결정해 달라는 것 아닌가.
말이 안 된다. 미국의 결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칙을 내세우고 일본이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우리 선에서 한일 또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레드라인을 걸고 제한을 두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관련해서 우리 정부 입장은 한국 기업 협찬을 통한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해서 피해자한테 대신 변제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으로 거의 정해진 것 같다. 이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나.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됐던 게 대위변제 방안(한국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신해 피해자 쪽에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일본 쪽에 이를 청구하는 방식)인데, 대위변제 방안이 법적으로 보면 피해자들이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판명이 됐다.
지금 남아 있는 게 이제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일 양국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에 있는 등록단체인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피해자들에게 지금 판결된 1억원을 넘는 금액, 2억원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 돈을 대신 지급해 주고 대신 이제 일본 전범 기업들의 채무를 상쇄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제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다. 결국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의 잔금을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이월해서 그 돈으로 지급하는 것이 있다. 또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서 받은 돈으로 급성장한 기업들이 돈을 내서 대신 주는 방식도 있다. 이게 법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채무인수가 가능하다고 하는 판례도 있지만, 이 경우 채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니까 채무자인 전범기업들 동의가 필요한데 이렇게 되면 결국 대법원 판결에 동의를 해야 된다. 지금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재판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일본 정부가 식민지 불법성에 따른 일본 전범기업의 동의를 인정하는 문제가 남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에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불한다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게 되는 것이다. 일본 기업에서는 안하려고 할 것이기에 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대담=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정리=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