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헌정사상 첫 야당 대표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 스스로 앞으로 검찰의 기소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앞서 불거졌던 당헌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명 방탄' 논란 불렀던 당헌 80조 개정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해 제3자 뇌물혐의를 받는데요. 해당 당헌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 대표 역시 당대표 직 업무가 정지될 수 있는 셈입니다.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해 8월 당헌 80조 개정을 놓고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계 간 치열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1일부터 당 홈페이지 내 당원 의견이 모이면 지도부가 답변하는 당원청원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습니다. 5만명이 동의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중앙당은 관련 내용에 대해 답변할 의무를 가졌는데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이 의원의 반대파 의원들을 향해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극성 팬덤이 문제가 되자 예방 차원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하지만 개딸들의 소통 창구라는 취지와 달리 일부 강성 개딸들의 청원이 주를 이루면서 이 대표의 '1인 천하'만 공고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80조 개정 청원이 있었습니다. 강성 지지층을 주축으로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면서 각종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작업,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 작업 밑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 측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명계, 당헌 80조 고리로 '이재명 압박'할 듯
결국 당내에서 긴 논란 끝에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기소 시 당직을 정지하되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이를 취소한다'는 절충안이 마련됐습니다. 당무위가 정치탄압으로 볼 경우 당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현재 민주당이 검찰의 이 대표 수사를 강력하게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추후 당무위도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명(비이재명)계가 앞으로 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비명계 박용진·조응천 의원 등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대선경선 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당헌 80조 적용을 촉구했고, 결국 김 전 부원장은 민주연구원 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연말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헌 80조는 부패와 뇌물 혐의로 기소되면 당무에서 배제시킬 수 있게 돼 있다. 그 부분과 관련해 판단해야 할 시점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향후 비명계와 친문계에서 당헌 80조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느냐"며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가진 이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