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수출 효자 상품들이 선전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다릅니다. 업황 부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상태입니다. 정부도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발표한 '2022년 연간 ICT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ICT 수출액은 2333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최고치였던 전년도의 2276억달러보다 2.5% 성장한 규모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았음에도 2년 연속 2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수출 증가에 일조했습니다.
수출 효자는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308억달러로, 3년 연속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증가를 견인했습니다.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은 당연하고요. 메모리 반도체의 급격한 단가 하락에도 17개월 연속 월간 수출액 100억달러를 상회하며 견조한 성적을 냈습니다.
이 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차전지 등도 선전했습니다. OLED는 TV, 모바일 등 채택범위가 넓어진 영향에 150억달러 고지를 처음으로 밟았습니다. 디스플레이 수출 내 비중도 60%를 넘어서며 주력 품목으로 당당히 자리매김도 했습니다.
지난해 ICT 수출에서 돋보였던 점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의 수출액은 60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요, 전년 대비 11.6%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시 반도체가 26.1% 급증한 덕이 컸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전망은 녹록지 않습니다. 수출 주력군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황이 부진한 탓입니다. 실제로 월간 ICT 수출 동향으로 보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이후 25개월 동안 이어진 수출 증가 행진은 막을 내렸습니다. 작년 12월에는 무려 23.6%나 수출 규모가 위축됐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이 9.5% 줄어든 것과 비교해면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 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출 부진의 골이 깊었습니다.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로 인한 재고누적, 고정 거래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작년 6월 이후 줄곧 수출액이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수출액이 100억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반도체 혹한기가 현실로 드러난
삼성전자(005930)의 어닝쇼크는 어찌보면 이 때부터 예견된 것일 지도 모릅니다. 지난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1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9.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며 한파가 지속되고 있음이 증명됐습니다. 그나마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40억달러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입니다.
이에 정부도 가만히 보지만은 않고 있습니다. 범부처 수출지원협의회 등을 개최해 18개 부처가 총력을 다해 수출역량을 키워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산업부 등은 이달 안으로 반도체 등 세부 품목에 대한 수출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느 부분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현재 막바지 조율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