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3년간 일시적 2주택자에게 1주택자와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새로운 투기세력의 문호를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2년 내에서 3년으로 연장하면서 집값이 다시 오를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2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52% 하락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높아진 탓에 거래량이 급감한 영향입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220건으로 전년(6만7159건) 대비 55% 줄었습니다. 2021년 대비 거래량이 반토막난 것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거래량 급감을 가격이 급락하는 '경착륙' 신호로 판단,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한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특례 기간 연장도 부동산 완화 정책의 일환입니다.
일시적 2주택자는 이사, 상속 등 부득이한 사정상 '일시적으로' 주택을 2채 소유하게 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최초 특례 제도가 도입될 당시 특례 기간은 1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불과 보름 만에 2년으로 늘었습니다. 이후 7개월 만에 3년으로 연장한 것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출범 직후에 비해 거래 상황이 더 악화돼 주택을 팔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작년에 통과한 세법의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인데, 이에 맞춰 개정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일시적 2주택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규모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특례 신청받은 인원을 추출한 결과) 종합부동산세 일시적 2주택 특례는 지난해 1만2000명이 신청했다"며 "전체 종부세 수혜자는 이보다 더 많고 양도세, 취득세 수혜자도 있지만 추정이 불가하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보던 지난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가 공급의 주체로 보면서 각종 세 부담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다주택자를 주택시장 '공급의 주체'로 보고 그들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취득세·양도세 중과와 규제 지역 내 대출 규제 등을 완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상당부분 수정돼 통과했습니다.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된 취득세 중과세 완화, 단기 양도세율 인하 등 부동산 대책도 대부분 법 개정 사항으로 거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추진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국회 논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 교수는 "부득이한 상황이 3년이나 지속된다고 인정하는 것은 시장 안정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시장에 새로운 투기세력이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명목상으로는 현재 시장이 좋지 않아 2년 내에 못팔 수 있으니 3년으로 연장해주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주택자들이 3년 동안 집값이 다시 회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세금으로 대출이자는 보조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호림 교수는 "현재 지방의 저가 주택은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하고 있고 임대사업자 제도도 부활한 상황에서 일시적 2주택자 3년 혜택까지 더해지면 종부세를 사실상 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말로 부동산 거래, 시장 가격을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거라면 지금 현재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부가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사실관계를 더 명확하게 조사해 시행령을 바꾸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적절한 수준의 정책 대응을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2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52% 하락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