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 3대 에너지원자재, 즉 원유와 가스 석탄을 수입하느라 1908억달러를 썼습니다. 전체의 수입액의 26%를 차지합니다. 2021년보다 784억달러나 늘어나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 300억달러의 2배를 웃돕니다.
1차적 이유는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의 가격급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이어서 수요탄력성이 낮다는 것도 지적될 수 있습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돼 있을 때는 이런 취약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국제에너지 가격이 불안해지면 선명하게 노출됩니다.
그러므로 무역수지 방어를 위해서는 수출증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과잉 소비를 억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에너지 과잉 소비를 방치해 온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소 싸다고 여겨지는 전기료가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료가 너무 낮아서 지난해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적자가 30조원 가까이 될 듯합니다. 그리고 이를 메우기 위해 한전 채권 발행을 늘리다 보니 채권시장 불안의 촉매가 되기도 했죠.
이렇게 낮은 전기료 때문에 한국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과소비형으로 고착화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에너지 과잉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 산업용 전기료를 정상화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전기료가 현실화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또 있습니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사용이 촉진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원유 가스 석탄 등 그 어느 에너지자원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전통적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원으로써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원자력발전입니다. 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하면서도 전기료의 단가 급등을 막을 방법으로 원자력 발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발전원가가 낮다고 하니까요.
정부가 지난 11일 밝힌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자력발전소 발전 비중을 2018년 23.4%에서 2030년 32.4%, 2036년 34.6%로 점차 확대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원자력 발전도 역시 과도기 에너지가 아닐까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원전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은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런 위험 말고도 폐기물 처리 등 뒤처리 과제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따라서 원전을 한없이 늘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요컨대 당분간 원자력발전을 ‘필요악’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하지만, 그다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 실정에 맞는 다른 에너지자원을 열심히 찾아서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8년 6.2%에서 2030년 21.6%, 2036년 30.6%로 설정해 과거 목표보다 낮추기로 했습니다. 다소 안이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재생에너지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수소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한국에 가장 좋은지 전문적인 평가를 거쳐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아울러 담수화나 핵융합 등 이제까지 어려워했던 에너지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와 투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담수화 플랜트를 활용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 보라는 것입니다.
핵융합에너지도 무공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한국핵융합연구소에서 열심히 연구 중이지만 상용화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투자와 지원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면 상용화를 더 앞당기고 다른 나라보다 앞서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는 우주개발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거창한 계획까지 제시했습니다. 그렇지만 우주개발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외적으로 국가의 위상이 오르는 효과야 있겠지만, 이는 기분에 치우친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 막연한 분야보다는 핵융합처럼 과학적 실용적 관점에서 필요하고 효과 큰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지난해 무역적자를 보고 당장의 대책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다 더 넓고 멀리 보는 눈으로 에너지 수급전략과 정책 우선순위를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요?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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