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빌라왕' 판친 화곡동 가보니…"멀쩡한 매물도 전세사기 의심"

저렴한 가격에 교통여건 갖춘 화곡동…2030세대 몰려
"전셋값 높은 신축빌라 조심해야…계약 한 건에 수수료 1000만원까지도"
HUG 전세보증 사고액 지난해 2배 증가…"내년에 피해액 더 커질 수도"

입력 : 2023-01-19 오전 6:00:00
서울 강서구 까치산역 일대에서 바라본 화곡동 빌라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빌라왕 사건 이후 화곡동이 전세사기 지역으로 각인돼 멀쩡한 매물까지 의심을 받고 있네요. 전세사기는 '업자'들이 작업해 보증금을 시세 대비 높게 받는 경우가 많아요."(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
 
18일 둘러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는 빌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곳곳에 '신축빌라 급매', '빌라 부지 소액투자 환영' 등의 문구가 보여 빌라 밀집지역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요.
 
화곡동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 비용이 저렴한 데다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이점으로 젊은층 1~2인 가구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전세사기를 노린 '꾼'들도 화곡동으로 몰렸는데요. 최근 빌라를 수백 채, 수천 채 사들여 전세를 놓은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빌라왕들이 화곡동 빌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가 연일 화제로 떠오르며 부동산에서도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곡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일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며 "보증금 반환을 생각해 시세보다 낮게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공인중개사들은 전세사기 위험이 예상되는 매물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특히 시세 대비 높은 가격에 나온 신축빌라 전세 매물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신축빌라 분양가가 3억원인데 전세를 같은 가격이나 더 높여 받는다"며 "이런 일을 하는 컨설팅업체가 사람을 풀어 세입자를 물어오게 하고, 전세계약 한 건에 10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일푼으로 여러 채 매입해 이익을 취하는 식"이라며 "다음 세입자를 못 채우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까치산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대 투룸 전세 시세는 2억원 안팎이지만 3억원 이상에 신축빌라 전세 계약을 맺은 사례가 꽤 있다"며 "집값 급등기에 이런 수법은 더 잘 통하는 만큼 2년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부터 피해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침체기가 본격화되면서 전세사기는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까치산역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집값 상승기에는 전셋값도 함께 올라 지금처럼 문제가 크진 않았다"며 "전셋값이 내리면서 같은 가격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내줄 돈은 없으니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곡역 인근 HUG 전세피해지원센터 앞. (사진=김성은 기자)
 
실제로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금액과 건수는 지난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2018년 792억원(372건) △2019년 3442억원(1630건) △2020년 4687억원(2411건) △2021년 5790억원(2799건) △2022년 1조1726억원(5443건)으로 매년 늘었는데요. 지난해 사고액은 전년보다 2배 확대됐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늘면서 HUG는 화곡동에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설치했는데요. 전세계약이 끝났으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 관련 상담과 임시 주거지, 대출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날 찾은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몇몇 사람들이 공인중개사, 법무사의 상담을 받고 있었습니다.
 
HUG 전세피해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28일 개소 이후 74영업일 동안 전화 상담을 포함한 전체 이용자 수는 2050명"이라며 "하루 평균 43명 정도 상담을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전무해 쉽게 전세사기 표적이 된 2030세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20~30대가 이용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시세 조작이 쉬운 신축빌라 밀집지역에서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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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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