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중소기업 관련 공공기관들이 연초부터 조직개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인력 충원 없이 팀만 늘어나, 효율성보다 업무 부담 가중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어째서 사람 대신 팀만 늘어났는지, 각 기관 인력 운용 계획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내놨습니다. 2025년까지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1만2442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인데요.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최대 인건비 7600억원 절감 효과가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후 인력 대신 팀을 늘린 조직 개편이 진행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과 유관기관 중심으로 살펴봤는데요. 우선 준정부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기존 5본부 1연구센터 22실 20팀 체제에서 팀을 5개 늘렸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설 팀 인원 표. 각 실과 산하 팀 인원은 별도임.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설 팀은 판촉과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판매촉진팀, 청년정책 이행을 위한 청년창업팀, 소상공인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한 채무조정팀, 디지털전략팀, 홍보팀입니다.
팀이 늘면서 기존 실·팀 인력은 줄었습니다. 성장지원실은 기존 13명에서 12명으로, 협업지원팀은 8명에서 6명으로 줄었습니다. 신설 판매촉진팀에는 4명이 배정됐습니다.
창업지원실 내 신설된 청년창업팀은 3명 규모입니다. 금융관리실은 기존 20명에서 9명으로, 리스크준법팀은 6명에서 5명으로 줄었습니다. 신설 채무조정팀 인원은 12명입니다.
스마트지원실은 디지털지원실로 바뀌어 12명에서 9명으로 줄었고 신설 디지털전략팀에 4명이 배치됐습니다.
변동 폭이 가장 큰 곳은 상권육성실입니다. 기존 상권육성실은 산하 지역상권팀을 합쳐 16명이었는데, 지역상권실로 이름이 바뀌고 팀도 없어지면서 10명으로 줄었습니다. 공단은 지난 25일 조직개편을 발표하고 "지역상권 회복, 동네상권발전소 지원 등 상권 활성화 업무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나간다"며 "현장 중심 조직운영과 대외협력 강화 등 고객 우선 행정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조직과 인사를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팀이 늘고 인력은 흩어졌는데 어떻게 '현장 중심 조직 운영'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자체적인 기능 조정과 업무 조정으로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공단은 앞서 정부의 '조직 효율화' 방침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는 과정에 대한 주석을 달았습니다. 공단은 조직개편 당시 "대규모 소비축제 개최 지원,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및 디지털전환 지원 가속화, 소상공인 채무부담 완화 등 업무 수행을 위해 전담부서가 필요하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에 따른 조직 효율화 측면에서 부서 신설이 아닌 '팀'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기조에 맞추되 팀은 늘려야 하는 공단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인력 감소도 예정돼 있습니다. 공단은 정부 발표대로 2025년까지 총원 923명 중 34명(3.7%)을 줄여야 합니다. 다만 공단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원 감축과 무관하다"며 "자연감소와 정·현원차 축소, 업무 조정 등을 고려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벤처투자의 조직개편 전(위)과 후(아래) 조직도. (자료=한국벤처투자)
기타공공기관에 속하는 한국벤처투자도 기존 13개 팀을 16개로 늘렸습니다. 글로벌투자팀에 '1팀'을 붙이고 성장지원팀을 '글로벌투자 2팀'으로 바꿨습니다. 준법서비스본부의 준법서비스팀을 준법관리팀과 리스크관리팀으로 나눴습니다. 민간모펀드TFT, 유럽사무소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9월 기준 총원이 166명인데, 당분간 신규채용은 없다고 합니다. 이곳도 총원 변동 없는 팀 신설로 인력 부족 문제는 없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이쪽 팀 인원을 다른 팀에 보냈다기보다는 팀 하나를 두 개로 나누거나 팀명이 바뀐 수준의 조직개편"이라며 업무 연관성과 인력 부족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기획조정팀에서는 전사 기획 업무와 홍보 업무, 국회 대관 업무 등 성격이 다른 업무가 혼재돼 있었다"며 "ESG경영팀은 기존 기획업무와 ESG 경영에 관한 업무를 하도록 개편했고 대외협력팀은 홍보와 국회 대관업무로 나눠, 업무 성격이 비슷하도록 배분하고 그에 맞는 팀 조직 개편도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