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종대 “윤석열 대통령 ‘UAE 적=이란’ 발언, ‘날리면’보다 심각”

북한 무인기 한국 영공 침범 사태…"용산시대 구상의 허구성 때문"

입력 : 2023-02-02 오전 6:00:00
김종대 연세대 통열연구원 객원교수는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이란’ 발언은 과거 미국 뉴욕에서 ‘이 XX들’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던 비속어 참사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윤 대통령이 UAE 순방 가서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천박한 천민자본주의, 개도국 수준의 외교입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뉴스토마토>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과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고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을 거쳐 20대 국회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국방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군사·안보 전문가입니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이 ‘UAE의 적=이란’ 발언으로 복잡한 중동 정세에서 ‘적’을 구분해 갈등을 조장했고, 그 틈 사이로 원전·무기 수출 등을 통해 자국 이익을 챙기는 외교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도움을 구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과거 UAE와의 비밀군사협약 논란이 재점화된 점도 악재입니다.
 
앞서 이명박정부가 UAE 원전 사업권을 얻는 대가로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개입한다는 이면합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김 교수는 2017년 국회의원 시절 이 문제를 처음 폭로했고,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UAE와의 비밀군사협약을 털어놓으면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에서는 헌법 위반 비판이 다시 떠오릅니다. 실제 국군 파병을 하려면 헌법상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또다시 경시했다는 겁니다. 김 교수가 “윤 대통령이 이야기한 자유, 인권, 법치는 다 어디로 갔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유입니다. 
 
또 김 교수는 지난해 말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태를 두고 “용산시대 구상의 허구성이 드러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애초 군 전문가들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부터 북한 무인기 등 경호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아무 대책없이 용산으로 이동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정부가 무인기 사태 당시 카메라 성능 등 다양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에 정보만 주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종합적으로 보면, 무인기가 또 용산으로 와도 못 막을 것”이라며 “군의 작전 실패가 아니라 용산 시대 구상의 실패”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김종대 연세대 통열연구원 객원교수는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석열정부, 중동 정세 인식 천박하다"
 
-윤 대통령의 UAE 순방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체결한 비밀 군사협약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중동의 평화에 대해 이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가를 드러낸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관점대로라면 중동에는 평화가 찾아와서는 안 되는 겁니다. UAE와 이란은 적이어야 하고, UAE의 안보가 취약해지고, 그래야 한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돼야 UAE가 한국의 무기를 사줄 것이니 우리는 이 점을 앞세워 돈을 벌면 된다는 겁니다. 중동의 평화는 학자들만의 이야기이고, 그 국가들이 전쟁이 나고, 갈라져도 한국의 이익만 취하면 되는 건가요? 국가의 원수로서 품격이 없는 겁니다. 
 
통상적으로 무기나, 원전 수출은 블랙 마켓(암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떤 지도자가 무기나 원전 수출을 많이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떠듭니까. 내가 알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없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이든 오로지 내 살길만 찾겠다는 것이고, 이런 인식이 이번 UAE 순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의, 개도국 수준의 외교를 하게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의 비속어 참사보다 UAE 발언이 더욱 심각하다고 봅니다. 비속어는 실수였다고 해도, ‘UAE의 적=이란’ 발언은 비밀 군사협약을 묻어두고 싶어하던 UAE를 난처하게 만든 겁니다. UAE는 수니파-시아파를 막론하고 전체 무슬림에서 ‘왜 외국 군대를 끌어들이냐’는 비판을 받으면서 주변국을 적으로 돌리게 만든 거니까요. 
 
-헌법 위반의 경우, UAE 비밀 군사협약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잖아요.
 
맞습니다. 헌법 60조 1항 외국과의 중요한 안전에 관한 영향을 끼치는 조항에 관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60조 2항 국군의 해외 파병에 대해서 국회는 동의권을 갖는다. 그런데 국군 파병에 대한 밀약을 체결하고 국회에는 어떤 정보 제공도 없었습니다. 헌법을 다 위반한 거죠. 
 
-최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김 교수도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했다’고 했는데요. 
 
주 원내대표가 저를 지목해 말했길래 5년 전의 발언을 찾아봤습니다. 2018년 1월2일에 저녁 라디오 전화 인터뷰였더라고요. 딱 한 줄이 나오는데 정확한 표현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현재 UAE의 주적은 이란이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관계가 많이 완화됐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이야기와는 정반대 아닙니까. 이게 어떻게 UAE가 우리 형제국이고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하는 것이랑 똑같습니까. 그렇게 거두절미하면 왜곡이 되는 겁니다. 아주 치졸한 행동이죠. 그렇게 거두절미하면 성경에도 ‘신은 없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북한 무인기, 처음부터 용산 노리고 온 것"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 무인기가 용산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군 당국은 용산을 촬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왜 판단이 다를까요.
 
많이 다르지 않아요. 국정원에서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니까요. (군이) 자꾸 축소·은폐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북한 무인기는 처음부터 용산을 노리고 온 겁니다. 미식축구에 비유하자면 한 명의 공격수가 돌파해서 터치다운을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 나머지 선수들은 상대방의 수비를 제압하는 데 다 투입된 겁니다. 그래서 한 대가 터치 다운을 하러 내려온 것이고, 나머지는 강화도로 내려가서 교란작전을 펼친 겁니다. 터치다운하러 온 무인기 항적을 보면 한강 이북 쪽으로 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지도를 보고 계산을 하다보니 (정확하게 못 가고) 용산을 비껴가고 만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해봤으니까 다음번에는 궤도 수정만 하면 얼마든지 용산을 갈 수 있어요. 
 
북한 무인기가 촬영을 했냐, 하지 않았냐 이 문제보다는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나라가 북한한테 알려줬다는 게 중요합니다. 애초에 일부 비행금지 구역이 돌파됐다는 정도만 밝혀야지, 북한 무인기 카메라 성능으로 찍을 수 있다 등과 같은 정보를 공개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큰 정보를 얻은 셈이 됐습니다. 이런 것들을 기밀로 처음부터 관리했어야 합니다. 
 
-합참 조사 결과, 북한 무인기 침범 당시 통합정보처리체계(MMS) 등 우리 군의 3대 정보 전파공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신 전화로 보고하기도 했고, 그 결과 무인기들의 군사분계선(MDL) 월선 사실이 레이더에 포착된 지 113분이 지나서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 군이 왜 이렇게 허술하게 대응한 것입니까. 기술적인 문제인가요.
 
우리 군의 시스템은 상하좌우로 동시에 상황을 전파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시스템은 있는데 운영을 하는 군 단장, 군사령관은 유선전화를 통해 상하 간의 소통을 했습니다. 아날로그 통신을 한 겁니다. 시스템이 있음에도 써먹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건 우리 군의 아주 고질적인 군사 관료주의의 병폐입니다. 
 
대표적인 게 천안함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터지고 2함대에서 합참의장한테까지 보고됐는데 단계마다 지연됩니다. 천안함 사건 때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는데 단계마다 지연되다가 전군 비상계엄령은 다음 날 새벽 3시에 이뤄졌습니다. 시스템이 동시 알람을 하게 돼 있어도, 시스템 썼다가 과잉 판단해서 윗사람들 곤란하게 만들면 나중에 질책당하니까 그 시스템을 안 쓰게 되는 겁니다.
 
윤석열정부도 보면, 서욱 국방부장관의 구속 사유로 군사 정보를 무단으로 삭제 지시를 했다고 구속시켰잖아요. 이것이 군인들에게 주는 신호는 명확하죠. 괜히 시스템에 정보 업로드 했다가 나도 다칠 수 있다, 옛날식으로 자기 직속상관한테 알려주거나 혼자 알고 뭉개는 게 가장 좋다는 복지부동을 만들어낸 겁니다. 
 
"막무가내식 '용산 이전'이 화근 초래"
 
-북한 무인기 침범 사태와 관련해서 김 교수님께서 윤석열정부에 조언을 해주실 점이 있을까요.
 
합리적인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대공 방어 자산을 투입해야 하겠죠. 이 과정에서 민간의 고도 제한, 재산권 침해 문제 등도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럼, 대통령실 이전의 정당성이 훼손되니까 막아놓은 겁니다. 결국 경호를 정상화하려면 시민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시민 불편 해소하면 경호가 부실해지는 딜레마적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용산에 방어 자산을 투입하면 (용산 시민들에게) 전자파 피해가 있습니다. 성주 사드 군 레이더도 극초단파라 일부러 민가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은 겁니다. 근데, 고출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마이크로파 레이더를 도심에 어떻게 사용을 합니까. (도심에 방어 자산을 투입하면) 막말로 용산 시민들을 전자레인지 안에 들어가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니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막무가내식으로 용산 대통령실을 이전한 게 이 화근을 초래한 거 아닙니까. 
 
-유엔사령부에서 무인기 사태를 들어 남북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방부는 자위권 범주라고 반박하고 있고, 장성들에 대한 문책에는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문책에는 침묵하고 있고요. 
 
유엔사 시각에서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한국정부에 경고한 겁니다. 이런 행동이 정전협정에 부합하려면 △긴박성 △필요성 △비례성 등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과거 2014년 목함 지뢰 사건을 보면, 유엔사는 한국군이 과도한 대응을 할까봐 엄청 빠르게 개입했어요. 유엔사는 분쟁이나 충돌이 발생할 것 같다고 하면 지체없이 개입했는데, 이번에는 시기가 좀 경과해서 놓친 거겠죠.  
 
통상 과거 사례를 보면 유엔사에서 정전협정 위반을 했을 때 지휘관(책임자)을 찾아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한국정부에 합당한 처벌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휘관이 누구입니까. 윤 대통령이잖아요. 그래서 유엔사가 이러다 정전협정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엄중하게 경고에 나선 겁니다. 
 
대담=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정리=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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