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철강 업계와 자동차, 조선 업체들 과의 올해 상반기 철강재 가격 협상이 돌입한 가운데, 가격 인상과 인하를 둘러싼 업계 간 치열한 공방이 있을 전망입니다. 철강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에 가격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완성차·조선사들은 2년 전부터 철강재 가격의 인상 폭이 컸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가격을 낮추고 싶은 상황입니다.
6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은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와 함께 올해 상반기 차량용 강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협의는 녹록치 않을 전망입니다. 업계 간 가격 인상과 인하에 대한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차량용 강판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올랐습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톤(t)당 5만원 인상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12만원 상승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도 각각 15만원, 5만원씩 올랐습니다.
2년 연속 강판 가격이 상승한 점을 근거로 이번 상반기에는 10만원 가량 내려갈 것이란 게 현재 업계 중론입니다. 또 현대차가 지난해 하반기 호주산 철광석 평균 값이 t당 1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점을 근거로 인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철강 업체들은 순순히 물러서긴 힘든 입장입니다. 지난해 여름 태풍 힌남노에 따른 제철소 침수 피해가 부진한 실적으로 직결됐고,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강세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서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철광석 가격은 80~90달러로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31일 기준 t당 79.5달러를 찍은 후 우상향하며 결국 12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강판 가격이 떨어지면 현대차와 기아향 물량이 전체 매출 비중에서 큰 폭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의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큰 상황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업황이 정체될 것이란 분석은 인상에 대한 부담 요인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75만대로 전년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수요 증가를 제한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강판 가격 10만원 하락 가능성과 관련해 "국내 완성차 업계와 상반기 가격 협상은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협상을 잘 진행해서 손익 유지와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조선사들과의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후판 가격 상승 요인은 후판의 재료안 철광석 가격 강세와 조선사들의 목표 수주 초과 달성에 따른 견조한 일감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지난 2021년~2022년 수주 목표를 넘겼고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았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올해 수주 목표량의 20% 이상을 달성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부진했던 실적을 올해부터 본격 전환할 국면이지만 후판 가격이 오른다면 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선박 후판 비용은 조선사들의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계의 실적 회복을 위해 철강사들의 희생은 강요할 수 없다"며 "국제 가격이 정해져있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므로 후판 가격은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서로의 입장차로 인해 협상 시간은 오래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지난 2021년 상·하반기에 t당 50만원으로 대폭 뛰었습니다.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 10만원 인상과 하반기, 10만원 인하를 반복했습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