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번호판 장사' 퇴출…안전운임 폐지 표준운임 도입

지입료만 챙기는 '지입전문회사' 시장서 퇴출
안전운임제→가이드라인 성격 '표준운임제'로 개편

입력 : 2023-02-06 오전 11:12:22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화물차 기사들에게 번호판만 빌려주고 지입료 등 면허 장사만 하는 지입전문회사들이 사라질 전망입니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사안인 '안전운임제' 대신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운임제'가 도입됩니다.
 
당정은 6일 기존 안전운임제와 지입제, 열악한 화물차주 여건 등 국내 화물운송산업의 개선안이 담긴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입료만 수취하고 일하지 않은 이른바 '지입전문회사'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행 지입제는 전근대적 운영방식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운송사의 부당행위 발생 등 후진적인 운송사업 구조로 지목했습니다.
 
지입제는 외부적으로 화물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해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화물차주(지입차주)들이 독립적인 계산으로 영업하는 등 운송사업자에 지입료를 내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 대해 감차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모든 운송사가 예외 없이 일감을 제공하고 운송실적을 신고하도록 관리를 강화합니다. 아울러 화물차주도 실적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 교차검증을 거치고 실적이 없거나 거의 없는 운송사에 대한 처분수준도 기존 사업정지에서 감차로 강화합니다.
 
지입차량의 소유권도 보호합니다. 현재는 지입계약시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고 있는데 이것을 차량의 실소유자인 지입차주 명의로 등록하도록 개선한다는 겁니다. 만약 이를 위반하는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이 내려집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차주는 지입계약이 종료된 후에 명의를 다시 이전받는 과정에서 운송사로부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번호판 사용료와 지입계약 해지 시 명의 이전 동의 비용 등을 요구받으며 운송사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차주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보장해 이러한 불공정 사례를 근절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번호판 사용료 수취와 같은 부당금전 요구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화물차주에 대한 운송사 불공정 계약사례를 구체화해 '계약무효'는 물론 추가 행정처분까지 내린다는 방침입니다. 또 시장수요 변화에 맞는 화물차 공급 유도를 위해 운송사가 차량 및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차량에 대해서는 차종에 관계 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합니다. 직영 비율이 높은 운송사에는 물류단지 우선 입주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존 안전운임제도 가이드라인 성격의 표준운임제로 개편합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됐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 성과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표준운임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주까지 운임계약을 규율함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했던 점을 고려해 화주·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리해 시장기능을 회복하고 운수사·차주 간 운임계약은 강제해 차주를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화주가 운수사에 지급하는 의무가 폐지되지만 운수사는 차주에게 표준운임을 이상을 지급해야차주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은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해 오는 2025년까지 3년 동안 한시 운영한 뒤 제도 운영 결과를 분석해 지속 여부를 논의합니다.
 
아울러 공정한 운임제 운영체계 마련을 위해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 공적자료를 활용해 객관적 원가를 산정하고 그간 일방적으로 운수사 및 차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의사결정 구조도 공정하게 개편할 예정입니다. 표준운임 지급 위반 시 제재 규정 역시 그간 위반·경중횟수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과태료 부과방식에서 시정명령 후 과태료를 점증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합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집단운송거부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뿌리 깊게 유지되었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며 "차주에게 일감은 주지 않고 차주로부터 수취하는 지입료에만 의존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지입전문회사는 적극 퇴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화물차 기사들에게 번호판만 빌려주고 지입료를 챙기는 '지입전문회사'를 시장서 퇴출시키겠다고 6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내륙컨테이너기지(ICD).(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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