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린 건드린 난방비도 '내로남불'

여 "문재인정부 제때 요금 인상 안 해" 야 "올릴 상황 아니었다"
한덕수 "국민에 참을 것은 참아달라 해야…포퓰리스트 정권 안 돼"

입력 : 2023-02-07 오후 5:17:20
한덕수 국무총리와 경제분야 장관들이 7일 오후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정부와 여당이 최근 민심 역린을 건드린 '난방비 폭탄'의 이유를 또 문재인정권의 실정에서 찾았습니다. 반면 야권은 "전 정권 탓할 게 아니다"고 적극 반박했습니다. 민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난방비 폭탄 문제가 정쟁 주제로 전락한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폭등? 문재인정부 책임"
 
여야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난방비 폭탄 이유를 놓고 대립했습니다. 지난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가스·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4월의 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지난달 전기료는 지난해 1월 대비 29.5% 올랐고, 도시가스비는 1년 전과 비교해 36.2% 상승했습니다. 지역난방비 역시 34%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아우성이 들리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정부가 가스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않아 '난방비 폭탄' 사태가 불거졌다"며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한무경 의원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난방비 폭등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문재인정부의) 한국가스공사 난방요금 인상 요청 묵살이다. 가스공사는 전 정부에 13개월 동안 8차례 요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계속 동결 조치하다가 대선이 끝난 2021년 4월에서야 인상했다"며 "전 정부가 묵살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질의했습니다.
 
이 장관은 "2021년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랐는데 (전 정부가) 경제를 고려했으면 요금을 인상했을 것"이라며 "다른 고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한 의원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춘식 의원도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전 정부의 책임이 없을 수 없는데 지금 와서 난방비 폭탄이라고 하면서 현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전 정부 탓요금 올릴 상황 아니었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여전히 야당 탓 문재인정부 탓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개호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기인 2019년과 2020년 액화천연가스(LNG) 가스 가격은 안정됐고, 잠깐 오른 것은 2021년 상반기 때다. LNG 가격이 크게 급등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영교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가스요금을 올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 올린 것이다. 왜 전 정부 탓을 하느냐"며 "문재인정부 당시인 2019년과 2020년 가스 원가는 최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아니다.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에너지 가격이 5배 올랐는데 가격을 한 푼도 조정하지 않았다"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가스계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 의원과 한 총리는 현 정부의 난방비 대응 방향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습니다. 서 의원은 "지금 난방비 대책들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있는데 총리로서 고통받는 국민에게 사과하라"라고 요구하자 한 총리는 "인기 위주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국민에게 참아주십사 할 것은 참아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 의원이 "정부는 뭐 하러 있느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건전 (재정을) 인정받는 국가가 돼야지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 정권이 필요한 게 아니다"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서 의원이 "난방비 경감을 검토하라고 했는데 이것이 포퓰리즘인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전 국민이 쓰는 에너지를 다 국가 예산으로 해달라는 것은 합리적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그런 정책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서 의원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엄청난 예산이 들었다. 그때 (여권에서) 뭔 말을 했느냐. 영빈관 예산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며 "최소한의 지원을 표퓰리즘이라고 하면 자격이 없는 게 아니냐"고 재차 따지자 한 총리는 "필요한 지출을 포퓰리즘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능력은 없으면서 국민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을 안 한다"고 응수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말도 안 되는 담론을 내세우고 있다. 진영 대결로 몰고 가려는 수로, 지금 난방비를 윤석열정부가 올렸지 문재인정부가 올린 것인가"라며 "백번 양보해 문재인정부가 원인이라고 하자. 이전 정부보다 더 잘하라고 대선에서 찍어준 게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난방비야말로 진짜 '민생'이 아니겠느냐"라며 "여야가 서로 대결할 주제가 아닌데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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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