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글로벌 해운 업체들이 탄소중립 시대를 대응하기 위해 메탄올 추진선을 잇따라 발주하고 있습니다. 메탄올 추진선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급부상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대안 등 선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9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간한 'IMO 국제해사 정책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메탄올 추진선 발주와 함께 관련 인프라 도입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Maersk)는 국내 조선업계에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뿐만 아니라 메탄올 대량생산을 위한 투자도 진행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2021년
현대중공업(329180)에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의 건조와 오는 2025년 4척 추가 옵션으로 계약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조선해양(009540)과 1만7000TEU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습니다. 머스크가 현재까지 국내 조선업계와 건조 계약한 메탄올 추진선은 총 19척입니다.
머스크는 컨테이너선에 가장 적합한 저탄소 연료를 그린 메탄올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에 기후기술 스타트업인 C1에 투자를 통해 메탄올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C1도 그린 메탄올이 해사산업 탈탄소화를 시작하고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대체연료로 꼽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메탄올의 높은 가격, 낮은 규모의 문제를 C1이 개발한 촉매를 활용해 가격을 낮추고 분산된 접근방식으로 공급을 신속히 확장할 전략입니다.
김보람 해사산업연구본부 연구원은 "C1은 양자 화학 시뮬레이션을 시작으로 폐 바이오매스 또는 이산화탄소 및 수소에서 생산되는 그린 메탄올을 위한 새로운 초고효율 촉매를 발명했다"며 "향후 메탄올의 경쟁력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곡물회사 카길(Cargill)도 일본 츠네이시(Tsuneishi) 조선소에 메탄올 추진 벌크선 2척 발주를 위해 미쯔이 물산(Mitsui & Co)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얀 딜레만(Jan Dieleman) 카길 해양 운송 부문 사장은 "탄소배출 제로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선박들은 오는 2026년 1분기 내 인도될 예정입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어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떠올랐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 해사안전위원회(MSC)도 지난 2020년 말 안전한 선박 연료로 메탄올을 승인했습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지난 2021년 첫 발주 이후 지난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21%를 차지하는 등 발주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머스크 수주 계약 이외에도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 유럽 소재 선사와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수주액은 2조5264억원입니다. 수주 선박은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해 오는 2026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입니다.
국내 국적선사
HMM(011200)도 향후 친환경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만큼, 메탄올 추진선 발주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경배 HMM 대표는 지난해 7월 중장기 전략 발표에서 환경규제 변화에 따른 대응전략과 컨테이너·벌크선 사업 전략 등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1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적선사가 글로벌 해사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정책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습다. 메탄올은 기존 엔진과 저장, 벙커링 시설의 전환이 쉬운 게 장점입니다. 그러나 낮은 인화점으로 인해 화재 위험성, 인체 유독성, 부식성은 해결과제로 꼽힙니다. 낮은 농도에서도 잘 녹는 암모니아 역시 인체 유독성, 부식성, 증발가스 생성, 높은 자연발화 온도와 선박용 연료로서 낮은 기술적 성숙도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국적선사는 화주의 선호도를 맞추어 국제해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래선 신조 발주 또는 중고 매입에 벗어나 친환경선박 신조 또는 개조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도 현재의 보조금 지원 규모를 더 확대하고 다양한 세제, 금융 패키지 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이 머스크로부터 수주해 건조하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이미지. (사진=머스크)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