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고용당국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의 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근로시간 개혁을 둘러싼 정부와의 온도차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입니다.
노사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얼마나 보장될지에 대한 의문과 취약한 여건 속에 선진 제도가 자칫 후진적인 근로 문화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연장근로 총량관리제 도입에 따른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제 외에 추가적 보호조치도 검토해야할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근로시간 개혁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 운영에 대한 노사 선택권을 확대하고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 건강보호조치를 의무화 하겠다고 24일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 주4일제 등 근로자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하고 근무시간 유연화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래픽은 연장근로 총량관리(안).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의 이같은 개선안에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습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 돼있는 셈"이라며 "주52시간 상한제를 제대로 지키면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이를 두고 근로개혁을 한다면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도 없애고 노동자들의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오히려 일과 가정의 양립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유연한 근무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근무시간 선 단축화가 이뤄져야 한다. 유럽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무시간 단축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노사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얼마나 보장될지 의문이 든다. 취약한 여건 가운데 선진 제도를 도입하면 자칫하다 후진적인 근로 문화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하고 근무시간 유연화 등을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유튜브로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모습. (사진=고용노동부)
고용부는 지난 24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토론자들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조용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장근로 총량관리제 도입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차원의 근로시간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정부 차원의 지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연장근로 총량관리제 도입에 따른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제 외에 추가적 보호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현행 1주 단위에서 월 단위 이상으로 개선하는 것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연장근로 총량 감축은 관리단위 변경을 통한 유연성 확보라는 제도 개선 취지와 거리가 있다. 근로시간 총량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이 아니라 주52시간 제도 안에서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