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취소 관련 검증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과 김영란법 및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통령실은 26일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자진 사퇴한 데 대해 “후보자 본인이 아닌 자녀와 관련된 문제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대변인은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합법적 범위 내에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후보자가 아닌 자녀 문제까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에서 자녀를 검증할 수 있는 부분들이 규정돼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학교생활기록부, 소송 진행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에 자녀 문제를 검증하는 질문이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전질문서에는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이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은 후 사면(또는 복권)된 사실이 있습니까’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예비질문서에 학교폭력 관련 내용은 없다”면서도 “그러면 그걸 전혀 못 걸러내느냐,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전질문서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 개선방안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5년 전 이미 보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검증 비판은 거세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보도에 실명이 아닌 익명이 나왔기 때문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알기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이 부분은 걸러지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안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거다. 대부분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전 정부를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 변호사 본인이 실토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정부는 공개 정보와 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를 통해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며 “과거 정부가 국가 공권력을 이용해 민간인 사찰 수준의 정보 수집 활동을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부실 검증 책임의 화살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하면 대통령실이 최종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가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을 뿐 아니라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한 장관까지 고위 공직자 인사 관련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검찰 출신인 점도 부실 검증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편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학교폭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정하게 보고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 이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