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시장점유율이 올랐지만, 반도체 시장 불황에 따른 재고 압박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은 전분기 대비 32.5% 감소한 122억8100만달러(약 16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전분기 대비 감소폭이 30%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입니다.
삼성전자 시장점유율 45.1%…전분기 대비 유일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정보기술(IT) 소비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5.1% 점유율로 전분기 대비 4.4%포인트(p) 증가했습니다. 공격적인 가격경쟁력으로 D램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을 늘리면서 시장점유율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가격경쟁력에도 점차 쌓이는 반도체 재고에 회사도 사실상 자연적인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지난 1997년 3월(288.7%)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재고율은 출하 대비 재고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재고율은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신호로 읽힙니다.
1월 반도체 출하 지수는 계절조정 기준 71.7(2020년=100)로 전월 보다 25.8% 급락했고, 재고지수는 190.5로 같은 기간 28% 올랐습니다. 높은 재고율은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의 결과로, 반도체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을 줄이거나 가격을 더 내려야 합니다.
1분기 삼성 반도체부문 적자 시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D램 시장 2·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하반기 감산과 함께 투자를 줄인다고 밝혔습니다.
1위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진행한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지만, 설비 재배치 등으로 단기구간 의미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사실상 자연 감산’에 돌입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산 런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미 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으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의 경우) 레거시(구형 공정)에서는 효율화를 통해 생산량을 줄일 수 있지만 1분기에도 반도체가 약세여서 재고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가격경쟁력 바탕으로 업황 회복 여부를 보고 하반기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증권가는 올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DS)이 1조~2조원, SK하이닉스는 3조원 가량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분기 DS부문 적자 시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것은 2000년대 들어 세 번째가 됩니다. 삼성전자는 2001년 4분기 IT 버블이 붕괴한 후 반도체에서 2120억원의 적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에는 69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