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SM의 신주 확보에 실패한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인데요, 이를 위해 카카오는 1조원이 넘는 실탄을 장전하고 SM의 최대주주로 오르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수천억원을 들여 SM 인수전에 발을 담근 하이브 역시 물러날 수 없는 상황. 3월 말 열리는 SM의 주주총회 전까지 양 측의 여론전은 보다 가열될 전망입니다.
카카오(035720)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 주당 15만원에 SM(
에스엠(041510))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카카오 측이 매수하려는 주식 수는 최대 833만3641주로, 전체 발행주식 총 수의 약 35%에 해당합니다.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26일까지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절반씩 매수할 예정인데요, 카카오측은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1조2500억여원을 현금으로 확보해 둔 상탭니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로비 전경. (사진=카카오)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능성은 지난달
하이브(352820)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나섰을 때부터 거론돼 왔습니다. 앞서 법원이 SM의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카카오의 SM 지분 9.05% 취득이 무산됐고, 하이브도 SM 주가 상승으로 공개매수에 실패하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일 전개됐는데요, 카카오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입니다.
공개매수를 선언하기 전까지 카카오는 "전략적 협력을 위한 시너지 창출"이라고만 언급하며 SM 인수전 참전에 선을 그어왔습니다. 하지만 그간 카카오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던 행적들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이날 SM이 제출한 공개매수 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현재 SM 지분 4.9%를 보유 중입니다. 카카오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 3일 등 총 세 번에 걸쳐 장내매수로 총 78만주(3.28%)를, 카카오엔터가 지난달 28일 38만7400주(1.63%)를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소요된 비용만도 1400억원이 넘습니다.
카카오는 또한 지난 6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있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 '음반·음악영상물제작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습니다. 향후 SM과의 협력이 구체화 될 것을 대비한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SM 인수전이 '하이브 대 SM·카카오 연합' 구도로 형성되면서 소액주주들이 판세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SM 지분 약 70%는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습니다. 이들이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할지, 3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어느 쪽의 제안에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리는 셈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SM과 하이브는 여론전의 방향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최대주주 등극 이후 한 달 가량 이어온 상호 비방보다는 주주가체 제고를 강조하는 주주제안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각 사의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의결권 위임하기' 링크가 제공돼 간편하게 지지하는 회사로의 의결권 위임이 가능합니다.
SM의 주주제안 캠페인은 'Save SM'입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 비전을 제시한 'SM 3.0' 전략을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구축을 약속했습니다.
SM은 'Save SM'란 이름의 주주제안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SM)
카카오도 여기에 힘을 보탰습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 선언 이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SM엔터 현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 아티스트들이 가진 탁월한 경쟁력에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SM엔터 성장 저해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경영진의 노력과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 전략방향을 존중한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역량, 카카오엔터의 뮤직·스토리·미디어 등 엔터 전 영역에 걸친 IP 밸류체인, SM의 음원 및 아티스트IP 등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도 다짐했습니다.
하이브는 'SM with HYBE'란 이름의 주주제안 캠페인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SM과 카카오의 사업 협력의 부당성과 'SM 3.0' 전략의 실현 불가능성 등을 알리는 동시에 하이브와의 시너지를 집중 부각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주주제안 캠페인 'SM with HYBE'. (사진=하이브)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