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친윤(친윤석열) 일색 지도부→1인 사당화 구축→커지는 공천 학살 우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 체제가 9일 출범했습니다. 김 대표는 비서실장으로 초선의 구자근(경북 구미갑) 의원을 내정하며 당 정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당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당 지도부가 친윤(친윤석열)계로 채워지면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따른 '공천 칼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반윤·비윤 자리에 '검찰 출신' 공천설로 뒤숭숭
김 대표가 첫날 강조한 메시지는 민생입니다.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김 대표는 방명록에 "오직 민생, 다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습니다.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과 만나 당을 재정비해 윤 대통령의 국정 부담을 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수석이 "대통령이 밤에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다. 하도 민생이 어렵다고 하니까"라고 하자 김 대표는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회나 당 현안엔 전혀 걱정 안 해도 될 수 있도록, (당) 체제를 잘 운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 각오와 달리 당은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당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5석 모두 친윤계가 차지하면서 대통령실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거란 뒷말이 무성합니다. 특히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등 당대표 후보들마저 '가지치기' 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엔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검사 출신 등 낙하산 후보들을 공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팽배합니다.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 유력…유승민 "공천협박 시작"
한 초선 의원은 "김 대표는 벙커에서 참모 하는 스타일"이라며 "용산의 하명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장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 보수 텃밭은 전면 물갈이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영남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구가 개편될 거다. 윤 대통령 마음에 드는 초선 의원들로 쫙 배치될 거란 말이 들려온다"며 "국민들이 심판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총선을 이끌 당직 인선부터 편향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한 초선 의원은 "구미 출신의 구자근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걸로 봤을 때 편향적 인선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공천 실무를 담당할 사무총장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유력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사당'에서 '공천 협박'이 시작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말살해 마침내 국민의힘을 대통령 1인이 독점하는 '윤석열 사당'으로 만들었다"며 "오늘부터 공천 협박이 사실상 시작되고 민주정당의 건전한 경쟁과 비판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