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 지지 기반인 '개딸'(개혁의 딸)들에 대한 비판까지 다시 제기되는 등 이 대표가 정치적 기로에 섰습니다.
"이재명 물러나라"…비명계 연일 공개 저격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의 사망 이후 이 대표에게 날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10년 넘게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소장파 김해영 전 의원도 12일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 한 사람의 생명이 전 지구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이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4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산 공직자 부동산 비리조사 특위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부결됐으나, 당내 반란표가 상당수 나오며 이 대표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표결로 그간 유지됐던 당내 단일대오 대열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거센 후폭풍이 몰아닥쳤습니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의 본마음을 헤아려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반란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부딪히며 당은 사실상 분당 사태로 치달았습니다.
여기에 전씨가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대표를 향한 사퇴론 불씨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전씨는 이 대표를 가까이 보좌한 인물로 최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 대표를 정조준했습니다.
'수박 7적' 명단 전방위 확산…친문 전해철 "멈춰라"
이 대표를 향한 사퇴론이 빗발치자 친명(친이재명)계가 앞서 나서 진화에 나섰습니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가지고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고, 박성준 대변인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위기의 민주당을 구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고 이런 체제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당내 분열이 어마어마하게 심각했을 것"이라고 옹호했습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의 사퇴론과 함께 당내 내홍이 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를 비판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당을 요구한 민주당 청원게시판 '국민응답센터' 내 청원글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7만8000명이 넘는 동의를 이끌어냈고, 이 대표의 대선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한 영구제명 청원은 7만2000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이번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청원에도 4만5000명에 가까운 이가 동의하며 당내 갈등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개딸 등 강성당원 일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한 '수박(민주당 내 보수 인사) 7적' 명단을 작성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박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이에 친문(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도) 팬덤정치는 있었지만 이렇게 극심하지는 않았다"며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강력하게) 자제시켜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