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에코프로그룹의 주가 고공행진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급기야 회사 분석을 포기한 애널리스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2차전지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다른 업종보다 크지만 현재 실적대비 에코프로그룹의 주가는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주가가 오르자 에코프로비엠의 대차거래잔고금액은 2조8000억원에 육박해 코스닥 대차거래상위종목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차 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여한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을 일컫습니다. 통상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해석하는데요. 때문에 대차잔액 증가는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신호로 판단합니다.
에코프로, 올해 주가 4배 폭등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086520)는 전날대비 2.23% 내린 43만8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0.93% 오른 21만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올해 최고 150% 급등하며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 지분 45.58%를 보유한 에코프로 또한 올해 들어 주가가 4배 이상 폭등하면서 코스닥 시총 상위 2위에 올랐습니다.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거래금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일평균 공매도금액은 지난 1월 한달간은 1조2000억원이었는데 3월 들어 2조5000억원에 이르러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대차거래잔고금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2조8000억원으로 2위인 에스엠(5924억원)보다 압도적입니다.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에코프로이엠 CAM7 전경사진. (사진=에코프로)
과도한 급등, 일부 애널 분석 포기하기도
증시전문가들은 실적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며 이성적 분석이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실상 현재 주가 수준에서 제대로된 회사 분석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이나 성장성에 비해 주가가 너무 크게 올랐다"면서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범주는 이미 넘어섰고, 상승의 원인은 지금 파악이 안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투자매력도가 떨어지고 향후 주가 예측이 어려워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죠.
다만 2차전지 관련주 전망에 대해서 그는 "실적은 계속 좋게보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가 다 같이 성장하는 중이고 먼저 주목받은 업체가 에코프로와 포스코 그룹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2차전지 업종은 최근 이성적 분석이 어려운데 특히 에코프로의 강세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며 "최근 2차전지 업종의 실적을 추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주가 급등이 그동안 쌓인 공매도에 대한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을 위한 매수 포지션)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양극재 시장은 더 성장할 수 있지만 당장 리튬·수산화리튬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단기 실적 부담이 커졌다"며 "그간 공매도로 있던 잔액들에 대한 숏커버링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 폭이 더해지는 양상이지만 현재 상승세를 쉽게 설명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그룹 자회사 중에 에코프로CNG가 IRA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서 가치를 반영해 주가가 많이 오른 경향이 있다"며 "IRA 시행령이랑 이제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이 발표되면 중국업체들이 완전히 배제되고 이제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클 것으로 보고 있어서 주가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최근에 주가가 많이 급등했기 때문에 조금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외국계 증권사도 주가 급등 경고
최근 외국계 증권사가 경고장을 내놓았다는 점도 에코프로그룹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맥쿼리증권은 지난 6일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팔아야 하는 3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과도한 수주 기대감이 반영돼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주가가 올랐다는 지적인데요. 또 시장이 에코프로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습니다. UBS증권도 에코프로비엠이 받은 프리미엄이 경쟁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매도 의견과 함께 13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반해 에코프로비엠이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9일 한국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79% 높인 25만원, 투자의견은 '매수'를 제시했습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등 고객사의 신규 투자 계획 구체화와 장기 공급 계약 체결 기대감 덕분에 2026년 이후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며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됐다"며 "이익 추정치 상향의 근거는 삼성SDI의 전기차용 2차전지 탑재량 증가, SK온의 올해 전지 출하량 가이던스 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단 2차전지 양극재와 원재료의 가격 하락 전환과 1~2월 전기차 판매 증가율 둔화로 인해 업황이 강세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