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인사에 입김을 행사하면서 관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지만,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진옥동 회장 내정자 선임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국민연금은 진 내정자의 신한은행장 시절 징계 이력을 문제 삼았는데요. 신한금융의 진 내정자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 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이었던 2021년 4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CEO 선임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과거 사모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지주 CEO에 대해선 '찬성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진옥동 내정자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CEO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3년 만에 '리딩뱅크(실적 1등 금융지주)'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오히려 정치적 결정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튜어드십(stewardship)' 행사를 주문한 이후 나온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소유가 분산되어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스튜어드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스튜어드십은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행동 지침입니다. 4대 금융지주나 포스코, KT, KT&G 등 소유 분산 기업의 최대 주주 혹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을 지렛대로 삼아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 등에서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 없는 기업'의 CEO들이 장기 집권하는 관행을 허물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용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CEO 교체가 정부 입맛대로 된다면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관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강하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이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문제 삼자, 연임이 유력했던 CEO 모두 '용퇴'하는 식으로 물러난 바 있습니다. 신한금융이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새 회장 후보로 내정한 데 이어, 농협금융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CEO로 맞았습니다. BNK금융지주도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했습니다.
현재의 스튜어드십 행사는 오히려 국민주주권이나 기금운영 실적 개선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본래 취지에 맞게 국민연금이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거버넌스(지배구조) 측면에서 정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며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