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7일(현지시간)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 한번 공개 제기했습니다.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비공식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할 뿐 아니라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발사들로 오늘 회의는 훨씬 더 긴급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보고하면서 "북한 인권침해 범죄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ICC는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등을 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상설 국제형사법원을 말하며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탈북자 2명이 참석해 안보리 이사국들 앞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증언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고위 관리의 자녀였던 이서현 씨는 중국 유학 중이던 2013년 장성택 처형을 시작으로 '피의 숙청'이 시작된 후 가장 친한 친구를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오직 북한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오늘날 북한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김정은뿐"이라며 "그 독재자는 호화로운 삶을 누리면서 자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룰 때 비핵화가 우선순위이고 인권은 뒷전에 밀렸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사람들이 북한 인권 탄압의 진실을 알았다면 북한은 현 수준의 핵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씨 일가의 핵무기 개발이 바로 주민들이 굶주려 죽어가는 이유"라며 "북한 주민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줄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공식 회의를 열어오다 2018년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등으로 공식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가 안보리 공식 의제에서 빠질 뻔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62개국이 이 문제를 안보리 의제에 남겨야 한다는 공동서한에 서명해 올해도 계속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대부분 탈북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에 감사를 표하며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인권 문제의 안보리 논의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