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조공 외교'로 규정지은 민주당이 최근 공격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양곡관리법 강공 카드를 내세우며 여권을 상대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20일 온종일 정부의 조공 외교 논란을 고리로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습니다. 포문은 이재명 대표가 열었습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권리로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국회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거세게 밀어붙이는 민주당…운영위까지 소집
이 대표는 "'대체 정상 간에 무슨 대화를 했느냐, 어떤 의제를 놓고 회담을 했느냐'를 가지고 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강제동원 배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소 외에 독도 영유권,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까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다"며 "일본 관방장관은 이를 인정했는데 우리 정부의 태도는 오락가락으로,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로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것도 모자라서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부정했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홍근(왼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분석·평가' 긴급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홍근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실만 '커다란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누가 봐도 '일본만의 큰 성공'이었을 뿐이다. 최소한의 사과 표현조차 거부한 일본은 손 하나 까딱 않고 코를 풀었다"며 "물 반 컵 담긴 잔은 걷어차이고 새로운 물 잔만 내미는 일본인데도, 우리 대통령실은 '일본 마음 여는 데 성공했다'며 뿌듯해하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한일정상회담 분석·평가 긴급좌담회를 열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은 강제동원 셀프 배상안 등 대일 굴욕외교로 일관한 대통령실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 묻겠다며 21일 오전 10시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달라는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다만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인사 참석 가능성은 낮아 '반쪽자리 전체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 17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평행선 달린 '양곡관리법'…"합의 처리" 대 "23일 표결"
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쌀값정상화법) 최종 수정안을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이 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강대강 대치 장기화를 염려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법안 상정을 보류한 바 있습니다. 김 의장은 추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3월 임시국회 첫 번째 본회의에서 민주당 수정안대로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최종 수정안 처리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시 정국은 급격하게 냉랭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정국 뇌관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헌법 제53조 2항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을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국회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문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민주당으로서는 양곡관리법 처리가 더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셈입니다.
여야는 이날 김 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가졌으나 양곡관리법 관련해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 관련해 여야가 좀 더 합의해 통과시켰으면 한다"고 주문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잘 합의하면 좋고, 열심히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의장께서 23일 본회의 처리를 공언한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가 됐음에도 정부가 전향적이지 않고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에 대해 의장께서도 결심을 해줘야 한다"고 여권과 온도 차를 드러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