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서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북미에서 생산 거점을 늘리는 이유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 경쟁업체들에 앞서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주 중 미국 재무부가 IRA 세부지침을 내놓을 예정인만큼 국내 기업들이 속도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그동안 보류했던 미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총7조2000억원을 들여 27GWh(기가와트시) 규모 원통형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과 16G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1조7000억원을 들여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비 급등을 이유로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이후 약 9개월 후 LG에너지솔루션은 원래 계획보다 투자금액을 5조5000억원이나 더 투입키로 했습니다.
삼성SDI도 지난 8일 미 미시간주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체계를 구축해온 GM이 삼성SDI와 손을 잡은 것은 공급처 다변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생산기지 3곳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SK온은 또 20255년 이후 북미에서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지역으로 빠르게 진출하는 배경에는 IRA로 대표하는 미국의 '탈중국' 산업 정책이 자리 합니다. 특히 IRA가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해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한국 기업에 호재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주 중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과 관련한 IRA 세부지침을 내놓습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국 배터리 업체 배제 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백서에 한국 배터리 업계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부 지침도 백서 내용대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서에는 배터리 50% 이상 북미 지역 제작과 핵심 광물 40% 이상 미국 또는 FTA 체결국 추출·가공을 세액 공제 기준으로 명시됐습니다. 이럴 경우 중국 등에서 수입한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우리에 유리한 규정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배터리 부품 가운데 음극재와 양극재 재료는 부품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 기업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삼성 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