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정부의 이번 2분기 전기료 인상이 기정 사실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빨라진 전기료 인상에 부담이 큰 철강업계는 원가인상분 상쇄 지원 정책이 없을 경우,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30일 한국전력공사와 철강 등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분기 전기료 가격에 대해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양측은 요금 최종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전력위원회와 임시이사회 등의 절차가 확정이 안됐습니다. 한전측은 당국의 최종안 결과를 대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여당과 정부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2분기 전기료는 동결보다 인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전이 제출한 2분기 인상안(올해 1분기 인상폭·킬로와트시(kWh)당 13.1원과 유사한 수준)보다는 낮을 전망입니다. 기재부가 전기요금 인상이 전반적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큰 인상 폭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업계는 오는 31일 이번 2분기에 적용될 가스·전기료 최종 인상폭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이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는 까닭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꼽힙니다. 한전이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구조 건전성을 위해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앞서 산업부는 오는 2026년까지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연간 전기요금을 ㎾h 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기료는 지난 1월 13.1원이 인상됐습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인상폭입니다. 이같은 전기료 인상으로 철강업계가 떠안게 되는 원가 부담은 연간 약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따라서 산업부 입장대로 2026년까지 전기료를 최대 51원까지 올릴 경우, 철강사들이 떠안는 원가부담은 연간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는 뜻 입니다.
원가 상승률 제품가 반영, 물가상승 수순
철강사들은 2분기 전기료 인상이 확정될 경우,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철강사들은 현재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탄소 감축 대안으로 제철소에 전기로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전기로는 탄소배출량이 고로(용광로) 대비 30% 낮지만, 투입되는 전력량이 7배 가량 많다는 점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산업용 전기료는 상당히 비싼 수준"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포스코는 자가발전 용량 외 전력구매비로 연간 약 4400억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연간 9000억원입니다. 전기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에 약 600억원의 추가 전기료를 부담했습니다. 지난해 4월(6.9원), 7월(5원), 10월(16.6원) 등 세차례 ㎾h 당 전기료 인상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도 "전기요금이 ㎾h 당 1원 오르면, 연간 원가 부담은 100억원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철강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기합니다. 제품가격에 지속적인 원가 상승분 반영은 결국 물가상승으로 돌아온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 원가 상승분이 발생했기 때문에 철강재에 반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전력산업기반기금 요율 인하 등 전기료 인상분을 줄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철강재 가격이 오르면 수입하는 건설, 가전 등 고객사들도 원가 상승분을 동일히 반영해야 한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물가상승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현대제철 인천공항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