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본격 칼 빼든 검찰…김건희 '물타기' 착수?

박영수 전 특검과 조력자·가족 전방위
"국회 특검 상정 의식 아냐…영장 발부 즉시 압색"

입력 : 2023-03-30 오후 5:24:4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작으로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날 국회가 '50억 클럽' 특검법을 상정했는데, 검찰은 이를 의식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 일정과 상관 없이 수사 타임 스케줄에 맞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특경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우리은행 전 이사회 의장)의 자택과 사무실은 물론 우리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습니다. 박 특검 당시 특검보였던 양재식 변호사도 공범으로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반면 '50억 클럽'과 함께 쌍특검으로 거론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여전히 '꿀먹은 벙어리'입니다. 일각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쏠린 눈길을 '50억 클럽'으로 돌리는 효과를 노린 '검찰의 물타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대장동 일당이 사업 수주하도록 '외압' 혐의
 
검찰은 이날 우리은행 본점 등에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와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회장에 재직할 때 '50억 클럽'과 엮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50억 클럽은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준비할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나눠주기로 한 인물들입니다. 당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부국증권이 하나은행에 동업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은행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깨질 위기에 처하자 박 특검은 이를 막기 위해 부국증권을 컨소시엄에서 배제하도록 힘을 쓴 혐의를 받습니다. 아울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지난 2021년 9월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장동 '신의 한수' 변호사·화천대유 근무한 딸도 압수수색
 
이 과정에서 양 변호사는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실무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는데, 이는 정영학 녹취록에서 양 변호사의 영입이 대장동 관련 '신의 한수'였다고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50억 클럽이라는 단서를 토대로 양 변호사에 대한 여러 혐의를 확정하고 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특검에 앞서 지난 1월 딸에 대한 압수수색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며 약 11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날 박 전 특검의 외압이 뻗친 것으로 알려진 부국증권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회 의식한 압색? 영장 발부 즉시 한 것"
 
다만 검찰은 하필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국회 일정과 전혀 상관없이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된 시점에 맞춰 즉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0억 클럽 관련 특검 도입이 상정된 날이어서 검찰이 민주당을 의식했다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입장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회에서 특검 논의가 있다 보니 시기가 공교로운 것 아니냐고 하지만 수사팀은 그런 부분에 대해 일체의 고려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은 청구한다고 해서 바로 발부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증거와 혐의사실 소명 등 관련 수사를 준비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기에 국회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대장동 사업자, 금융기관 관계자의 진술과 객관적 자료 확보 등을 통해 혐의를 구체화해 이날 압수수색에 착수했다"며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50억 클럽의 실체를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50억 클럽 특검 상관 없이 집요한 수사"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을 독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50억 클럽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50억 클럽 관련 특검 도입 추진에 대해서는 "결과적 진실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특검법안이 상정된 이상 논의는 국회의 몫이지만 특검은 검찰의 수사 능력·의지·인력이 부족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며 ""지금 검찰은 과거 곽상도 전 의원을 수사하던 검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성남시에서 관련자들이 주동해 브로커들과 짜고 조 단위의 배임 행위가 이루어졌고, 그것이 들키는 것을 막거나 들키더라도 처벌 받지 않을 목적으로 힘 있는 사람들에게 보험을 드는 방식으로 돈을 줬다는 것이 50억 클럽 의혹의 핵심"이라며 "김만배 씨에 대한 이례적인 재구속, 끝까지 재산을 한 푼 한 푼 찾아가는 식의 수사, 오늘 압수수색 등 로비 의혹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서해수호 용사 55명의 이름을 부르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쌍특검 거론됐던 김건희 도이치 수사와 속도 비교되나
 
50억 클럽과 함께 쌍특검 소재로 거론됐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는 대장동에 비해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상정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법사위원장도 국힘 의원인 관계로 50억 클럽과 함께 쌍특검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달리 김 여사의 대한 '봐주기·눈치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에 대해 두 번의 서면조사로만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도이치모터스 관련 출석 조사도 주변인들에 대해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팀은 제한을 두지 않고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증거 법리에 따라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며 출석 조사 범위에 김 여사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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