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인기를 끌면서 매체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이용 중심축이 이동 중인데요. 이같은 시장 변화에 전략 수정에 나선 곳 중 하나가 바로 유료방송시장입니다.
앞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케이블TV와 인터넷(IP)TV로 시장이 양분화되자, IPTV는 케이블TV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바 있습니다. 그러나 OTT 인기몰이에 최근 IPTV업체들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OTT와 공생관계를 모색하며 자체 콘텐츠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데요. 유료방송 업계 1위 사업자인
KT(030200)가 최근 딜라이브를 인수하지 않기로 한 배경도 이와 연관이 깊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KT의 결정이 2016년부터 유료방송 업계의 중심 화두였던 M&A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타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KT 딜라이브 인수 안한다 최종 결정
KT는 최근 공시를 통해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KT는 2019년 3월8일 딜라이브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한 조회공시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만 답변해왔는데, 이번 공시를 통해 "유료방송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했으나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확실히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인 KT가 이처럼 M&A설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IPTV업계의 케이블TV 인수전이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앞서 2016년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추진으로 시작된 유료방송 재편 시나리오는 2019년
LG유플러스(032640)의 CJ헬로 인수, 2020년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2021년
케이티스카이라이프(053210)(KT스카이라이프)의
HCN(126560) 인수로 이어졌습니다. '확대된 유료방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유무선 시장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발굴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내 가입자 기반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OTT들의 대규모 콘텐츠 투자에 따른 영향은 코로나 엔데믹에도 계속해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72%로 전년 대비 2.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20대의 이용률은 95.9%입니다. 10대와 30대도 90%대의 이용률을 기록했습니다. OTT의 급격한 성장과 대중화가 레거시미디어의 점유율 경쟁을 무색하게 한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된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이 IPTV로 넘어온 이유도 있겠지만, 이용자가 OTT로 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M&A 비용을 투입하면서 인수에 나서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딜라이브도, 잠재적 매물 CMB도 '각자도생'
케이블TV의 가입자는 매해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장 분위기 속에서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던 딜라이브와 CMB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이들의 점유율을 각각 5.57%, 4.02%입니다. 유료방송 시장의 86%가 넘는 점유율을 지니고 있는 IPTV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수치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KT 공시로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 인수전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딜라이브와 CMB는 각자도생에 나섰습니다. 시장 재편 중심에 있는 OTT와 공생을 위해 콘텐츠 확대는 물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딜라이브는 OTT박스인 딜라이브 OTT'v 역할을 키우고 있습니다. 무료 콘텐츠를 포함해 5만여편을 서비스 중이며, 왓챠·웨이브·쿠팡플레이 등 OTT를 탑재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서 진행하는 OTT특화형 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된 9개 제작사 중에서 대교, FTV, 미디어프로덕션-딜라이브TV 세 곳과 컨소시엄을 맺고 OTT특화형 콘텐츠 제작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딜라이브 OTT'v 오리지널 콘텐츠 DMZ 대성동. (사진=딜라이브)
CMB는 지난 1월 자체 OTT 레인보우 TV를 선보였습니다. 레인보우TV는 기존 OTT박스에서 제공하던 콘텐츠 서비스 이외에 미디어, 커머스, 지역정보, 플랫폼 in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TV 개념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왓챠·쿠팡플레이·유튜브 등 국내외 OTT사들의 앱이 기본 탑재됐습니다. 이용자 기반 확대를 위해 레인보우TV 이용이 가능한 셋톱박스는 권역 방송 가입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무상 보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IPTV는 OTT 끌어안기…전용 요금제 출시에 UI도 개편
IPTV는 경쟁력의 포인트를 OTT와 협력 확대로 잡는 양상입니다. IPTV 플랫폼 내에서 OTT 이용이 편리하도록 이용자환경(UI)을 개선하거나, OTT 전용 IPTV 요금제를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KT는 지난해 IPTV 브랜드를 지니TV로 전면 개편한 뒤 OTT관을 별도로 마련했고, LG유플러스는 OTT 이용과 콘텐츠 시청에 최적화된 IPTV라는 의미에서 아예 OTT TV로 개편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OTT박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니TV의 OTT서비스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IPTV용 OTT 요금제를 선보이며 OTT 고객 끌어안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KT는 지난달 IPTV와 티빙 이용료를 결합한 요금제 2종을 선보였습니다. 3년 약정에 인터넷 결합 시 월 2만5300~2만8300원에 티빙 스탠다드와 티빙 프리미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요금제입니다. LG유플러스도 같은달 3년 약정에 인터넷 결합 시 월 2만7000~3만원으로 2~4명이 동시에 티빙을 시청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놨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