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반복되면서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관련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뒤늦은 대응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19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간 정부는 긴급주거 지원, 전세자금대출 이자부담 지원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을 내놨지만 결국 임시방편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결성해 출범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배경에는 정부 정책 실패가 있다"며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뿐만 아니라 대출 중심의 주거정책과 이를 통해 집으로 돈을 버는 투기 부양책이 주거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19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30대 여성 A씨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20·30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빈소.(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세입자들의 잇따른 죽음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벼랑 끝으로 등 떠민 정부 정책에 기인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상미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젊은 친구 3명이 죽었다"며 "지금대로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자 정치권도 뒤늦게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당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정책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보상을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 금액을 먼저 보상하고 매입한 채권으로 회수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 중지 조치와 함께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내놓은 각종 지원책의 기준이 까다롭고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관련해 국토부는 관계부처, 금융권 등과의 협의를 거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검토하는 등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전문가들과 적극 협력해 피해자분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18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