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불개미 주의보'…매수 주식 절반 이상 '빚투'

코스닥 누적 순매수 4.8조 중 신용매수 2.5조
"신용융자 청산 상황 오면 후폭풍 꽤 클 것"
대차잔액 82조…올초 대비 21조 증가

입력 : 2023-04-20 오후 4:54:51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올해 1분기 허를 찌르는 강세장이 연출되면서 증시 대기 자금과 빚으로 산 주식의 비중도 연중 최고로 나타났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원에 육박합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한 대금의 절반 이상이 '빚투'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 하락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9070억원으로 집계됩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9조5729억원, 코스닥은 10조334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신용잔고는 올초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고치를 경신중입니다. 개인 수급이 2차 전지 급등세로 코스닥 시장에 몰리면서 코스피 신용 잔고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양명길 독립리서치 불릿 연구원은 "지난 1,2월 상승을 놓친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지난 3월 2차전지 에코프로 그룹주 중심의 급등랠리를 이어가면서 주저하고 있던 개인들이 뒤늦게 따라붙으며 적극적으로 신용 매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신용 비율이 급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코스닥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5%대에 달했던 은행예금금리가 다시 3%선까지 낮아지면서 주식시장 자금유입이 거세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용공여잔고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특히 이번 코스닥 개미들의 '빚투' 규모는 남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 코스닥 누적 순매수 금액은 지난 18일 기준 4조8517억원인데요.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 증가액이 2조5772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순매수 대금의 절반 이상이 '빚투'로 확인됩니다.
 
이번 신용잔고 증가세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스닥 시장의 개인 투자자 순매수는 각각 16조3000억원, 10조9000억원이었으나, 신용융자 증가액은 4조4000억원(개인 순매수 대금의 27%), 1조4000억원 정도(개인 순매수 대금의 12.8%)에 불과했다"면서 "신용융자가 늘긴 했어도 고객 예탁금 증가가 동반된 '순수 현금 매수'가 훨씬 많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올해 코스닥 시장의 강세는 과거보다 과열 징후가 보이고 단기적 레버리지 베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갑작스럽게 신용 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꽤 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는 신용매수한 주식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최소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강제로 처분당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코스닥은 코스피와 비교해 주가 변동성이 높고 시총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도 높아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위험성이 더 큽니다.
 
투자자예탁금 그래프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증가세입니다.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53조6304억원으로 올해 초(46조3682억원)보다 7조2622억원 늘었습니다. 국내증시가 올초보다 상승한 영향으로 시장참여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증시 과열로 조만간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공매도 대기성 자금인 대차거래 잔액은 올초 60조856억원이었는데, 지난 19일 기준 81조9100억원으로 21조원이 넘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대차거래 잔액은 주식을 빌리고 아직 갚지 않은 수량입니다.
 
최근 코스닥 투자 열기가 2차전지 관련주 일부 종목에 쏠려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2차전지 대표주로 꼽히는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올해 들어서만 각각 491.26%, 219.22% 폭등했습니다. 이들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전체 코스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대차거래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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