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불법 코앞…발목 묶인 벤처

국내 시장 반포기 상태…해외 수출로 눈돌려
비대면 진료와 선 긋는 의료기업도 나와

입력 : 2023-04-25 오후 3:48:5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다음 달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 하향 조정되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종료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팽팽해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합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벤처업계는 국내에 큰 희망을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격리자 수가 급증하자 지난 2020년부터 감염병 예방법상 한시적으로 허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바뀌면 한시적 허용 조치도 함께 끝이 나게 됩니다.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관계자들의 입김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초진 또는 재진 허용을 두고 의견이 크게 갈리는 모습입니다. 관련 벤처 쪽에서는 초진이 대다수가 차지하는 국내 의료 시스템을 고려해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에서는 초진의 경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의 초진 도입 위험도가 높다는 입장입니다.
 
의료 관련 벤처기업들은 국내 비대면 의료 관련 규제가 많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데 공감하며 이대로는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벤처 대표는 국내에서의 비대면 진료를 거의 포기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2년 7월14일 강원 모바일 헬스케어 지원센터에서 열린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 참여기업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에서 여섯번째부터) 김진태 강원도지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원강수 원주시장. (사진=중기부)
 
의료기기 기반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인 메쥬의 박정환 대표는 "스타트업이 움직여서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 같아서 손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일반인과 의사들 간의 원격진료나 모니터링은 힘드니까 일단 메쥬는 병원 내에서 원격 모니터링하는 쪽으로만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어차피 작아서 굳이 싸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반인과 의사 간 원격진료는 해외에 진출해서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며 "미국, 유럽, 중동 등에 수출을 할 계획이다. 중동의 경우 올해 초 요르단 국왕이 구매 의사를 밝혀와 왕립병원 쪽에 80만불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의료 데이터 활용·분석기업 리얼타임메디체크는 비대면 진료와 큰 연관은 없지만 비대면 진료 허용이 되면 사업을 더 확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임재준 리얼타임메디체크 대표는 "비대면 의료가 가능하다면 데이터를 활용해 원격 진료나 상담 등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지만 허용이 되지 않을 시에는 환자 본인이 병원에 직접 전화하거나 내방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 등으로 수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두고 갈등으로 치닫자 비대면 진료 기업과 선을 긋는 벤처기업도 나왔습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원격 모니터링을 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 쪽으로 오해 받을까봐 비대면 진료 벤처기업과 연락도 잘 하지 않고 있다. 1차 병원 의사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로서는 1차 의료기관의 선택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잘 보여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국내 비대면 진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한편, 벤처 관련 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지난 24일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비대면 진료'가 시급히 법제화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협의회는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편익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아기가 아픈데 문을 연 병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워킹맘, 병원 갈 시간조차 포기해야 했던 샐러리맨과 자영업자 등 비대면 진료가 가장 필요한 소비자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비대면 진료 지키기 대국민 서명운동'에 11만2564명이 참여한 결과를 21일 대통령실에 전달했습니다. 특히 이번 서명운동에는 육아 중인 맞벌이 부부, 1인가구,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유형의 국민들이 참여해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토로했습니다.
 
코스포는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하향돼도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지 않고 누구나 아플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진 중심의 '사실상 비대면 진료 금지법' 폐기와 초진부터 이용 가능한 현행 비대면 진료의 유지를 재차 요구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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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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