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한중관계…마녀공장 IPO로 불똥

공모 일정 5월 말 연기…코스닥 상장 6월로
매출 절반 이상 수출…일본 의존도 높아
중국 시장 확대 차질 우려

입력 : 2023-05-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계획했던 마녀공장이 최근 20일 가량 공모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마녀공장은 희망공모가 밴드 산정에 있어 높은 할인율을 보여 시장 친화적이란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번 공모로 자금을 조달해 일본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시장 확대를 계획했습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악화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변수로 거론됩니다.
 
마녀공장 변경된 공모 일정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공모 일정 연기…코스닥 입성 6월로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마녀공장은 지난달 26일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공모 일정을 20일 가량 연기한 것인데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기존 2~3일에서 22~23일로, 청약기일은 25~26일로 미뤘습니다. 5월 코스닥 상장을 노렸지만 납입일이 31일로 늦춰져 상장도 6월이 될 예정입니다.
 
마녀공장은 스킨케어, 클렌징 제품 등 순수 화장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시장은 오랜만에 화장품 회사의 상장으로 마녀공장을 주목했는데요. 마녀공장의 매출액은 2020년 393억원에서 2021년 626억원, 작년엔 1018억원으로 42.2%, 59.3%, 62.6%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5억원, 177억원, 245억원으로 증가해 최근 2년간 2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네요.
 
이번 공모로 마녀공장은 신주 200만주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희망공모가 밴드는 1만2000~1만4000원입니다. 총 240억~280억원 가량의 금액을 모집하는 것인데요. 시가총액은 1965억~2293억원 규모로 예상됩니다.
 
마녀공장의 희망공모가 밴드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 산정에 있어 최종 유사회사로 선정된 클리오(237880), 아이패밀리에스씨(114840), 애경산업(018250), 네오팜(092730), 브이티지엠피(018290) 등의 평균 PER은 21.15배입니다. 여기에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46.28~37.32% 적용했는데요. 작년 코스닥에 입성한 상장사들의 평균 할인율이 36.97~24.72%인 것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의 할인율입니다.
 
유사회사들의 주가가 올해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더욱 주목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아이패밀리에스씨와 클리오는 올해 각각 61.85%, 32.72% 상승했습니다. 브이티지엠피, 애경산업도 11.05%, 2.87% 올랐는데요. 네오팜만 8.85% 하락했습니다. 유사회사들의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지만 할인율을 크게 적용해 마녀공장은 공모가 거품 논란에선 자유로웠습니다.
마녀공장 최근 3년 매출 및 수출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일본 의존도 높아…중국 시장 확대 계획
 
마녀공장은 이번 공모를 통해 해외 사업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유근직 마녀공장 대표이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녀의 제품력을 인정받고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65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일본에 쏠린 수출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마녀공장의 작년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5.27%로 563억원입니다. 2020년 24.78%였지만 2021년 49.02%로 급등한 후 작년엔 매출 절반 이상이 수출로 채워진 것이죠.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75.77%인 426억원입니다. 2020년 50.48%로 이미 절반을 넘었지만 더욱 비중이 증가했는데요. 이에 마녀공장은 일본 시장 확장과 더불어 일본 시장 의존도 감소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마녀공장이 의존도 감소를 위해 겨냥한 곳은 중국으로 보입니다. 공모자금 중 49억원 가량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데요.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마케팅 집행 예산입니다. 올해 7800만원을, 2024년과 2025년엔 1억6000만원씩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마녀공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입니다. 중국 현지 관련 노하우 및 역량을 보유한 대행사를 통해 올해까지 영업 및 마케팅 채널 강화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마녀공장의 작년 중국 수출 실적은 57억원으로 전체 수출에서 10.1% 수준으로 낮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 배제할 수 없는 시장이죠. 2015년에서 2021년까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은 10.3%로 전 세계 2.7%, 미국 2.0%, 일본 2.8% 등에 비해 4배 이상입니다. 시장 규모도 2021년 5726억위안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큽니다.
 
한중 관계 삐그덕…"화장품주 최근 변동성 보여"
 
다만 마녀공장의 이러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확대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윤석열 정부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6~2017년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으로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던 K-Beauty 시장, 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21년 8월에도 한국 연예인 및 콘텐츠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시작했고 최근 정부의 '사드 추가배치 공약' 등에 따라 제2의 한한령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인도-태평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며 간접적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을 표출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위험한 길로 멀리 가지 말라"고 반발했죠.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발언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비즈니스 위축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내외 정세 및 규제정책 등으로 중국 내 K-Beauty 수요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면서 중국 소비 수혜주로 반등을 노리던 화장품과 일부 패션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며 "지난주와 지지난주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예상치 못한 한중 관계 재악화 가능성이 중국발 소비 수혜주들의 센티멘트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한중 관계 악화가 심화되지 않는다면 화장품주의 개선 추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녀공장의 중국 매출 비중이 워낙 작고 일본에 집중돼 있어 대외 리스크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IPO를 위한 명분으로 중국 시장 확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공모 일정 연기에 대해서 기관 투자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라며 "워낙 공모주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모에는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마녀공장 관계자는 "향후 매출 구조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으나 이는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의 사업이 막 시작된 것에 따른 예상이지 일본 시장의 매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과 일본에서 추가 성장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을 포함한 미국, 유럽, 인도 등의 신규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조금씩 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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